◎「아랍과 직접협상」 이스라엘 기존입장 유지/팔레스타인·소 조건부 참가 허용 “체면치레”미·이스라엘의 9일 중동지역회의 개최에 합의한것은 걸프전이후 최초로 양국이 고질적 중동분쟁 해결에 대한 외교적 접근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 3월에 이어 두번째 중동순방에 나선 제임스·베이커 미국무장관과 다비드·레미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합의한 이 중동지역회의 구상은 미국 주도아래 소련 및 이스라엘과 아랍국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 포괄적으로 중동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그동안 아랍권과 유럽국가들이 주장해온 유엔주도하의 중동 국제평화 회담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 제안은 미소가 회담을 후원하되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회담의 주체가 되어 직접 협상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걸프전이후 중동평화를 위해 67년이후 점령해온 아랍 영토를 양보하라는 국제적 압력에 직면해온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불리할게 분명한 중동국제평화 회담을 대하며 아랍국가들과의 접협상을 고집해왔다.
따라서 중동지역회의안은 이스라엘의 기존입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같은 평가는 아랍국가들과 팔레스타인들의 부정적 반응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번 양국 합의에서 보다 주목을 끄는 부분은 이 회담에 팔레스타인 대표와 소련의 참가를 허용한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도 상당한 단서조항이 딸려있다. 레비장관은 팔레스타인 대표는 PLO에 속하지 않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내 지도자로 국한되며 또한 요르단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할 것을 주장했다.
이 단서조항은 중동문제 해결의 최대 관건이 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새로운 양보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이스라엘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베이커 방문에서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에서 제한적 자치선거를 실시사는 89년의 평화안을 거듭 주장했으며 PLO와의 협상 거부원칙도 고수했다.
소련의 참가허용은 중동전략의 기본목표를 소련의 영향력 차단으로 삼아온 미국측 입장에서 볼때 중대한 정책전환으로 평가할만하지만 이 회담에서 소련의 역할은 옵서버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레비 장관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간의 직접 협상이 실효를 거둘 경우에만 소련의 참석을 보장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따라서 양국의 의도는 소련을 참여시켜 회담의 「권위」와 「명분」을 강화하려는 측면이 강하며 걸프전에서 미국을 지지한데 대한 「답례」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스라엘은 이를 통해 지난 67년 중동전이후 중단돼온 소련과의 국교를 재개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중동지역회의는 미국의 강력한 중재에 의해 앞으로 중동문제를 해결하는 기본틀로 정착할 공산이 높다. 또 이번의 미·이스라엘 합의가 보여주듯 양국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인 중동문제 해결보다는 시리아 등 다국적군에 가담한 친미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기선에 보다 주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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