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쟁으로 한때 국제정치의 초점에서 벗어났던 동북아에 다시 「정치바람」이 일고있다. 동북아의 정치바람은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일본방문이 몰고 올 탐색과 흥정의 바람이다.고르바초프대통령의 극동 나들이는 그가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길에 19일 제주도에 서너시간 머무르는 일정을 잡고있어 한국과도 상당히 중요한 관련을 갖고 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제주도 방문은 형식상 지난해 12월 노태우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한 답방이 된다. 그러나 그는 일본방문에서 돌아가는 길에,그것도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 서너시간 머무르는 형식을 취했다. 소련이 애써 한국방문의 공식적 비중을 격하시키려하는 의도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만큼 우리로서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제주도방문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될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렘린당국이 평야에 앞질서 제주도를 택했다는 상징적 의미도 결코 무시돼서도 안될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관점은 결국 동북아의 탈냉전외교의 흐름을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인식해야 된다는 것을 뜻한다.
제주도 정상회담에서 고르바초프대통령은 30억달러 규모의 한소 경제협력의 속도조절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아마도 그로서는 평양보다 제주도를 앞세운데 대해 그만한 정치적 선물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함직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돈줄을 풀게하기 위한 「3각작전」일 수도 있음직하다.
그렇다 치더라도 소련은 애초에 보다 긴 안목에서 상당히 광범한 아시아정책의 구상을 갖고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될것이다. 동북아 안보협력기구가 정치·군사적 구상이라면,극동경제권은 경제적 구상이다.
우연일진 몰라도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동북아 나들이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은 이러한 소련의 구상에 대해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그레그 주한대사를 통해 동북아 안보협력기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표명했다. 그레그대사는 또한 소련이 주장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도 거부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도 극동경제권 구성에 소련의 참여를 환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동북아의 탈냉전외교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통해 표면화하고 있다고 평가할수 있다.
고르바초프의 제주도 방문은 이러한 커다란 흐름의 한가닥이다. 자칫 그의 제주도 방문을 당리당략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려한다면 비싼 비용을 치러야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의 제주도 방문이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고,한반도 평화를 위해 역사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탈냉전구조가 보다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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