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한때 “의식화교재로 문제”… 불문키로대검공안부가 조정래씨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이 대학가 등에서 의식화 학습교재로 사용된다는 이유로 소설의 이적성여부를 신중히 검토했던 사실이 10일 알려짐에 따라 2백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에 대한 논란과 관심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89년 완간된 소설이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논란이 되는것은 검찰이 빨치산 투쟁과 민중봉기,혁명투쟁을 미화하는 등 좌경색채를 띠고 있다고 보았던 데다 운동권 학생과 노동자들이 의식화 학습교재로 사용하는 사례가 잦기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태백산맥」의 이적성 여부를 검토한것은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부터. 대검공안기획담당관실 소속 공안연구관들은 소설이 처음 발간된뒤 89년 10권으로 완간될때까지 한권한권씩 이적성여부를 검토해왔다.
당시 공안부 검사들은 전반부에 해당하는 1∼5권까지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다루면서 같은 강도로 비판을 하는 균형감각이 유지되고 있지만 결론부분으로 들어가는 8∼10권의 후반부에서 공산주의와 빨치산투쟁,민중봉기와 혁명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고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투철한 민족주의자이면서 가치중립적 태도를 보여온 주인공 김범우가 자본주의에 실망,공산주의를 선택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고 김일성이 남로당 박현영을 숙청하는 과정을 정당화하는 등 김일성미화가 두드러지는 작품의 후반부에는 좌경색채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단속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않은 상태에서 작가를 조사하거나 압수수색을 강행할 경우 출판계 탄압인상을 줄 뿐아니라 저항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적표현물로 규정하지 않았다.
검찰관계자는 『시·소설 등 문학작품의 이적성여부는 주무부서인 문화부의 검토의뢰를 받아 이루어져왔지만 이 소설의 경우 후반부에 갈수록 좌경색채가 드러나 사회주의사상 등을 담은 사회과학서적과 마찬가지로 자체적으로 이적성여부를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서적을 통해 의식화학습을 할 경우 국가보안법상 이적동조행위로 처벌이 가능한 만큼 이 책을 이적표현물로 규정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이란 「공산주의혁명을 찬양·미화·정당화하거나 민중무장봉기 등을 선전·선동하는 책자』로 이적표현물로 규정되면 소지하거나 탐독하는 사람까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처벌을 받게된다.
재야법조계와 출판계에서는 『충실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리얼리즘에 입각해 씌어진 것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허구인 문학작품에 대해 결말부분과 인물해석을 문제삼은 것은 검찰권 남용』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학인들도 『독자의 판단에 맡겨두어야할 문학작품을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파악했다면 난센스』라고 말하고 있다.<이창민기자>이창민기자>
◎논란됐던 부분과 작가의 말/주인공 갈등끝 좌익전향·남로당 자발숙청등/조씨 “반김일성내용 되레 문제시… 어이없다”
「태백산맥」은 45년 해방으로부터 민족분단이 고착화하는 53년 한국전쟁 종전에 이르는 격동의 현대사를 원고지 1만7천여장,전 10권에 담아낸 대하장편소설이다.
전남 보성군 벌교를 중심무대로 60여명의 주요등장 인물들이 이데올로기의 대립속에 겪게되는 삶과 죽음의 역정을 통해 분단으로 달려간 역사현실과 그 극복의지를 형상화했다.
이 소설은 89년 완간되자마자 「80년대 한국문학의 최대개가」로 평가받았다. 평단은 ▲여순반란,빨치산활동 등 현대사의 「금역」을 과감히 돌파했다는 점 ▲늘 주변으로 취급돼온 민중의 삶을 역사의 중심무대에 자리매긴 점 ▲방대한 구도속에서도 문학적 긴장을 잃지않은 점 ▲탁월한 장면묘사,심리묘사를 통해 자칫 각질화할 수 있는 주제에 생명감을 불어넣은 점 등에 주목했다.
평단의 찬사는 지금까지 총 2백여만부,20여만질이라는 판매기록으로 확인됐었다.
검찰이 문제삼았던 부분은 소설중 민족주의자,회색론자로 묘사된 김범우가 결국은 공산주의를 택하는 점과,박헌영을 비롯한 남로당수뇌부에 대한 「숙청」이 김일성의 강요라기 보다는 혁명의 실패와 전쟁의 패배로 인한 당과 인민의 괴리를 막기위한 남로당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묘사한 점 등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이중 후자를 김일성을 미화한 것으로 문제삼았던 것.
이에대해 이 소설의 작자 조씨는 『무슨얘기인지 알수없다. 박헌영을 북한이 미국의 스파이로 주장해온 것과는 달리 소설에서는 박이 스스로 희생일 감수하면서 김일성을 살려낸 것으로 돼있으며 그것은 박이 없었으면 김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오히려 김일성이 들었으면 분통을 터뜨릴 대목을 문제삼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범우의 「전향」과 관련,『그것은 주인공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2백명도 넘는 많은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선택을 하지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평론가 임헌영씨는 『소설은 전체적인 의미를 중시해야지 부분부분을 떼어서 평가할 수 없다. 굳이 부분을 논한다면 「태백산맥」은 지독한 반공소설이라고도 할수 있다. 북한 인민군이 현물세를 거두는 장면묘사중 「일제때보다도 혹독하다」는 내용이 그 예다. 또 박헌영의 선택을 다룬 내용이 김일성에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 등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수 있는 것으로 무조건 한쪽 시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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