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자 일본의 석간신문들은 지난 7일의 동경도지사 선거에서 첫 4선지사가 된 스즈키(영목준일·80)지사가 집무실에 앉아있는 사진을 대대적으로 게재했다.지난달 준공된 새 도청청사라고는 하지만 주인이 바뀌지도 않은 책상에 앉은 원로 지사의 모습에 포커스가 맞추어진것은 그의 작은 약속이 실현됐음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1천5백억엔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일본 최고의 고층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여론 속에 새 청사가 준공됐을때 스즈키 지사는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의 신임을 얻기전에는 새 청사 집무실의자에 앉지 않겠다고.
선거운동 기간중에도 현직 지사의 직무를 수행해야 했던 그는 약속한대로 그동안 구청사의 집무실을 사용하다가 9일 아침 처음으로 새청사에 출근한 것이었다.
이 사진을 본 동경시민들은 80고령의 후보에게 50%의 몰표를 준것을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다. 작은 약속이지만 분명히 지키는 1천2백만 시민의 「공복」이 미더운 것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중 최대 라이벌이었던 이소무라(기촌상덕·61) 후보의 1조엔 감세공약을 공개적으로 반대했었다.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은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집권 자민당과 공명·민사당 중앙당의 추천을 받았다고 「다국적군」임을 자처하던 이소무라 후보가 인기전술로 감세공약을 내놓자 그는 감표요인임을 알면서도 『다른 지방과의 형평관계상 실현할 수 없는 공약』이라고 분명한 태도를 밝혔던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가 공식집계 되기도 전에 오자와(소택일랑) 자민당 간사장이 사임한것도 책임소재가 분명하고 약속이행을 중요시 하는 일본정치의 한 단면이었다.
공과로 따진다면 공이 훨씬 큰 스즈키 지사의 재추천을 앞장서 거부했던 오자와씨는 투표당일 대세를 낌새챈 뒤 곧 사임의사를 밝혀었다. 당총재인 가이후(해부준수)총리의 만류와 당 3역의 공동인책사퇴론도 마다하고 혼자 책임을 진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또 한가지 주목해야할 보수회귀조류였다. 70년대 「혁신지사」로 불렸던 사회당 추천의 미노베(미농부량길)지사가 3선을 했을 만큼 동경은 사회당의 기반이 단단한 곳이다. 그런데 이번 개표결과를 보면 사회당 후보의 득표는 6.3%에 불과했다.
보수계열의 양후보가 얻은 81.2%에 비하면 참담하기 짝이 없는 패배이다. 민자민당이 44개 지방의회 선거에서 대승한 사실과 함께 전일본인의 보수화 현상을 한눈에 보여준 심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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