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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존폐논쟁 여전히 평행선(심층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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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존폐논쟁 여전히 평행선(심층추적)

입력
1991.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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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정책연 세미나서 다시 가열/“남성우위사회서 여성보호”/존속론/“성 개방 풍조속 실효성 적어”/폐지론/“벌금형 도입·이혼전제조건 폐지” 부분개정론도법무부가 형법개정을 통해 간통죄를 폐지하기로 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최근 간통죄에 합헌결정을 내려 새삼스레 간통죄의 존폐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간통죄는 형법 제정당시부터 낙태죄와 함께 존폐논쟁이 계속돼온 문제의 조항이었다.

현재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간통문제를 사생활의 영역으로 간주,처벌하지 않는 추세이며 간통을 성범죄의 일환으로 처벌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대만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4개국에 불과한 실정이다.

법무부는 우리나라에서도 급격한 사회변동과 성개방 풍조로 인해 간통을 사회적으로 규제할 수 있으냐는 논란이 일기시작하자 89년 1월 형법개정 소위원회에서 간통죄 폐지방침을 결정한바 있다.

그러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한영석)이 9일 개최한 「한국사회의 간통연구」 세미나에서도 간통죄 존폐에 관한 의견은 여전히 엇갈려 이 문제는 그리 쉽게 결말이 나지않을 것임을 알게 해주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실장 심영희교수(한양대 사회학과)가 「간통의 실태와 의식에 관한 연구」를,서울대 법대 신동운 교수가 「간통죄에 관한 연구」를 각각 발표했다.

심교수는 비록 간통죄의 실효성이 없더라도 일반국민들의 보수적 법감정을 감안,신중한 법개정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신교수는 간통죄가 폐지되고 있는것이 세계적 추세이므로 간통죄를 전면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간통실태◁

우리사회는 「남자는 외도를 하더라도 여자는 정절을 지켜야한다」는 이중 성윤리로 인해 남성의 간통이 만연돼 왔으나 일시적인 외도로 받아들여져왔다.

다시말해 표면적으로는 남녀 모두의 간통행위가 금기시돼 왔으나 여성의 간통이 남성에 비해 더 엄격히 규제되고,남성의 간통은 묵인 내지 조장돼왔다. 그러나 최근 여성들이 점차 남성의 간통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간통은 가족관계를 위협하는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78년부터 86년의 이혼심판사건을 분석해 보면 남편측의 문제로 인한 이혼청구가 전체의 49.7%였으며 이혼사유중 남편의 부정행위가 무려 52%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간통실태를 알수 있는 연구는 88년 법률전문지 「월간법률」이 국회의원 1백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것이 처음. 비록 한정된 계층에 대한 조사결과이긴 하지만 응답자의 20.7%가 간통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18.9%가 답변이 곤란하다고 밝혀 적어도 40% 가량이 간통이나 이와 유사한 경험이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서울지역 15세 이상의 남녀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남성의 20.2%,여성의 2.9%가 매춘여(남) 성을 제외한 일반인과 간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의 이같은 간통경험에 대한 현격한 차이는 여성의 간통이 남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엄격히 규제되고 있기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법의 실효성◁

우리나라는 형법 제241조에 간통죄를 풍속에 관한 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배우자있는 자가 간통한 경우 그 간통의 상대방과 함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있다.

또 간통죄를 친고죄로 규정,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도록하고 고소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배우자와의 이혼소송이 전제되도록 했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일반여성보다 더 흔한 매춘여성과의 성관계는 사회적으로 「단순한 외도」나 「한번의 실수」 또는 남성의 성충동을 해소키 위한 「필요악」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짙어 법적 구속력을 갖기 힘든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검찰연감에 의하면 80년대 중반이후 간통죄로 입건된 사례는 1만5천∼1만7천건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간통이 상당히 만연하고 있는 사회현실에 비추어 볼때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이다. 전체 형사범의 경우 81∼88년의 불기소처분 사례중 공소권없는 경우가 11.6%였던 반면 간통죄의 경우는 무려 75.6%가 공소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피해자가 고소를 한후에 취소하는 사례가 대단히 많음을 알수있다.

▷개정방향◁

89년 3월 간통죄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뒤 ▲간통죄가 과연 인간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경제적 약자인 여자를 가혹하게 처벌한다는 점에서 남녀평등권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세계각국의 간통죄 폐지추세 ▲산업화에 따른 국민의식변화 ▲위자료관철 수단으로의 악용 등 간통죄와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는 간통죄를 폐지할만한 사회분위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간통죄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간통행위는 국가사회의 기초인 가정을 파괴하고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혼외자녀문제,이혼 등 여러가지 사회적 해악을 초래하기때문에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 유지 및 가족생활보호 등을 위해 배우자있는 자의 간통행위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은 간통죄 위헌논쟁을 일단락 지었지만 간통죄존폐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여성계에서는 간통죄가 실제로 간통을 예방하기보다 상징적인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남성의 간통이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한시적으로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폐지론자들은 ▲간통죄가 형법에 규정돼 있음에도 성문란방지와 가족보호 등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국가의 공권력을 위자료를 받아내는 수단이나 개인적인 보복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크며 ▲남녀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이중 성윤리와 이혼뒤의 불리한 조건때문에 여성이 남성을 고소하는 예는 드물지만 여성은 단한번 간통을 해도 고소당하는 경우가 많아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신교수는 『간통죄가 여성의 경제적 지위를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할이 큰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과다한 위자료를 요구하는 등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며 『민사법적인 원리로 해결해야할 문제를 형벌에 의지해 강제해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교수는 또 『간통죄처벌 규정을 둔다고 해서 국민에게 도덕심을 불러 일으키고 간통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53년 형법제정 당시 간통죄가 한표차이로 국회에서 통과된지 40여년이 지났고 현재의 법규정이 후세대의 생활을 규제하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간통죄는 시대착오적인 형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간통죄를 삭제하지 말고 부분개정하자는 의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부분개정론자들은 현행 형법이 간통죄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과중한 법정형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처벌이라며 벌금형의 도입을 건의하고 있다. 또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이혼이 전제돼야 하는 현행 형법 규정은 경제적 힘이 약한 여성쪽에서 고소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기 때문에 이혼요건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심교수는 『간통죄가 현실적으로는 간통예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간통죄가 성문란을 방지하고 가정과 여성을 보호한다고 믿고있다』며 『간통죄 규정의 실효성이 없더라도 일반인의 법감정을 무시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개정을 추진한다면 일반국민들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성도덕의 혼란과 가정파탄의 위협은 매우 클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정작업◁

형법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법무부 형사법 개정특별심의위원회 소위원회는 89년 1월 간통죄 폐지시안을 표결에 부쳐 8대 2로 폐지의견을 받아들였다.

현재 이 폐지시안은 소위원회 합동회의(위원 15명) 및 위원회 전체회의(위원 30명)의 의견조정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당시 소위원회는 폐지이유로 ▲형법적 제재의 불필요 ▲현대적 입법추세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남녀평등의 원칙에 입각한 가족법개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간통죄의 삭제는 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법무부는 앞으로 공청회 등을 열어 개정안을 최종확정키로 했으나 간통죄존속을 바라는 국민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만큼 무리한 폐지·개정움직임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고재학기자>

◇각국의 간통죄

●독일

나치 정권때 법제정. 2차대전후 존폐논의 치열. 간통죄가 일반예방적효과를 갖지 못하고 복수를 위한 고소가 많다는 이유로 1969년 형법 일부개정에 의해 간통죄폐지.

●미국

19세기에는 처벌하지 않다가 19세기 후반 및 1950년대까지는 대부분의 주에서 간통을 처벌했으나 현재는 10여개 주에만 간통처벌규정이 남아있으며 실질적인 처벌은 전무한 실정.

●일본

1908년 처의 간통만 처벌하는 형법제정. 2차대전이후 헌법에 남녀평등조항이 생기면서 평등처벌주의와 불평등주의를 놓고 고심하다 1947년 간통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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