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이건 통치권자의 수권기간이 종착역에 가까이 오면 권력의 누수,소위 「절름발이 오리(LAME DUCK) 현상이 나타난다. 이 기간에는 국정이 구심력과 활력을 잃게되고 관성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것이 상례다.위기에 취약한 시기다. 정부나 정권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현상이 일찍 나타날수록 통치권자나 집권세력은 물론 국민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 없다. 정치체제나 행태가 나라마다 다르듯 「절름발이 오리」현상의 형태로 다양하다.
대통령 책임제의 본산인 미국의 경우 제2 임기의 출발부터 절름발이 오리라는 견해가 있다. 마지막 임기이므로 재선 대통령에 대해 기대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대체로 제2 임기의 후반 즉 중간선거가 끝난 이후부터라고 본다. 임기만료 2년전이 된다. 대강 이때부터 공화·민주 양당의 대권 야망자들이 주의 프라이머리나 코커스 등 대통령 후보지명 경선 운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들어서면 비상사태가 일어나지 않는한 이해가 크게 상충되는 주요 입법의 통과는 생각할 수 없다. 린든·존슨 대통령은 『주요 입법계획은 제1 임기 첫해에 통과시키라』고 정치적 잠언을 남겼다.
이것을 실현한것이 로널드·레이건 대통령이다. 제1임기 중에 조세감축,규정철폐,정부 지원 감축 등 공급사이드 경제정책과 『작은 정부』의 레이건 혁명을 성취했던 그는 제2임기 중에는 이란 콘트라 스캔들 파동을 일으킨 것이외에는 남겨놓은것이 없다. 걸프전의 대승으로 92년 재선이 확실한 부시 대통령은 아직 1임기인데도 외교에 견줄 수 있는 내정 업적은 없다. 국민의 인기가 높았던 레이건 대통령은 퇴임후에는 대통령 임기제한 철폐운동을 펴겠다고 했었다. 절름발이 오리현상에 대한 좌절이 컸던것 같고 권력에 대한 노욕이 넘쳤던 것 같다. 한편 6년제 단임 대통령제인 멕시코는 제도 혁명당이 20년대 이후 계속 집권해오고 있는데 대통령이 임기만료 21년전 쯤에 후계자를 지명하는것이 관례다.
정치적으로 후진적인 멕시코는 지명에 대한 「보은」에서인지 전임 대통령의 비리를 불문에 부친다. 오직과 독직이 여기서 체질화 됐다.
노태우대통령의 임기가 18개월 남짓 남아있는 우리도 권력누수 문제를 의식치 않을 수 없게 됐다. 절름발이 오리가 되는 것을 될 수 있는대로 늦추겠다는 것을 노대통령은 천명해왔다. 양김씨의 대구회동에 이어 여권내의 「최대의 실제」로 부상해온 박철언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월계수회 고문에서 사임토록하고 또한 월계수회 조직을 민자당의 공조직으로 흡수토록 한것 등은 박장관의 부상에 제동,당내 기층세력의 불만을 제거하고 동시에 김영삼대표의 후계 구도조기 가시화 요구를 지연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정략적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월계수회에 대한 해체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탈정치화,순수 친목단체로 남기겠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노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당내외와 여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고있다. 노대통령은 이번의 결단과 관련,그의 후계 구도에서 『친·인척과 군의 배제』를 밝혔다고 한다.
박장관이 이끄는 월계수회는 그의 지지기반을 확충하는 과정서 정부부처및 그 산하기관의 인사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 있은 검찰,한은,관변매체 등의 인사에서 「TK의 요직독과점」이 부각,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재계,검찰,군,경 등 사회 주요기관에서 TK가 도전할 수 없는 지배권을 갖고있다. TK의 도식은 반 TK의 반발을 확산시키고 있다.
오늘의 독점이 내일의 몰락이라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권력누수 방지에는 왕도가 없다. 대국민신뢰도를 상실치 않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리더쉽에 국민적 회의가 크다. 그러나 이미 손실관리의 가능성은 있다. 노대통령의 결심여하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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