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회장 개인자격 동양정밀 전격 인수/“막판 뒤집기” 부친 이후락씨 입김 크게 작용한듯/고려시스템과 합병… 한화그룹서 독립계획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던 동양정밀을 놓고 포항제철·현대전자·선경·아남산업 등이 벌였던 인수각축전이 한국화약그룹계열인 제일화재보험의 막판뒤집기로 끝났다.
제일화재의 동양정밀 인수는 8일 저녁 제일화재 이동훈회장(43)과 동양정밀 박율선회장(65)의 단독면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이회장이 개인자격으로 동양정밀과 자회사인 동양정보통신을 인수키로 결정했다.
이동훈회장은 현재 제일화재보험 회장직과 컴퓨터 및 주변기기 메이커인 고려시스템 사장직을 맡고있는데 동양정밀인수를 계기로 한국화약그룹으로부터 독립할 계획이다. 제일화재는 지난 87년 산업합리화조치에 따라 한국화약그룹으로부터의 분리작업을 추진,현재 상호출자는 완전해소되고 상호지급보증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차남인 이회장은 김승연 한국화약그룹 회장의 자형(김회장 누나인 영혜씨의 남편)으로 지난 73년 제일화재 이사로 그룹경영에 참여한 이후 작년 6월 회장직에 올랐다. 또 76년 창립된 고려시스템의 창립임원으로 참여한후 83년부터 이 회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회장은 동양정밀인수를 위해 4월 들어 박회장과 4차례의 면담을 가졌는데 이 과정에는 같은 군출신으로 박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이회장의 부친인 이후락씨가 깊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관계자들은 예상치않던 제일화재가 갑자기 등장,동양정밀 인수를 단숨에 타결지은 것은 이후락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방법은 박회장의 동양정밀주식 7.16%를 이회장이 인수하는 것으로 동양정밀과 스웨덴 에릭슨사가 50대 50으로 출자한 동양정보통신도 함께 인수한다.
양축은 인수에 관한 대원칙만 합의했으며 인수가격 등 구체적인 인수조건은 앞으로 실사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동양정밀의 나머지 계열사인 동양특수기공·동양시스템산업·동양소프트웨어·동양통신공사·동양전장공업 등 5개사의 처리문제는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제일화재측은 고려시스템의 부동산중 일부를 처분해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동양정밀을 인수한뒤 고려시스템과 합병하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평소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이 합치되는 컴퓨터통신사업을 꿈꾸어온 이회장은 고려시스템과 동양정보통신을 연계시켜 컴퓨터통신사업을 조기에 실현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동양정밀의 자회사인 동양전자통신은 정보산업의 핵인 TDX(전전자교환기)를 생산하는 업체여서 이회장은 동양정밀보다는 동양정보통신에 더많은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동양정밀을 인수한 제일화재보험은 지난 49년3월 설립됐으며 미진상사 이연재씨 등의 손을 거쳐 69년 당시 한국화약그룹 회장 김종희씨(작고)가 인수,현재 김승연회장의 누나로 이회장의 부인인 김영혜씨가 대주주(지분율 21.3%)로 돼있다.
이·김씨부부는 동양정밀 인수를 계기로 한국화약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와 제일화재·고려시스템·동양정밀·동양정보통신을 토대로 새로운 정보산업그룹으로 도약할 꿈을 키우고 있다.<김주언기자>김주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