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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정」은 그래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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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정」은 그래도 뜨겁다

입력
1991.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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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 교수·학생들 화합 한마당/「폭력앙금」 씻고 두터운 정/구속학생 아버지 김교수에 사과교수폭행 사건으로 홍역을 치러온 성균관대는 11일만인 8일 총학생회 주도로 「교수·학생 한마당」 모임을 갖고 사제간의 윤리확립과 학내질서 회복을 다짐했다. 성균관대는 다음주부터 사건의 원인이 된 학생 차량의 학내출입을 제한하고 외부차량의 캠퍼스내 운행도 차단키로 했다.

이날 하오 2시30분부터 성균관대 금잔디 광장에서 1시간여동안 열린 집회에는 교수·학생 4백여명이 모여 그동안의 앙금과 불신을 씻어내고 사제간의 정을 두텁게 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기동민 총학생회장(25·신방4)의 사회로 진행된 집회는 장을병 총장을 대신해 참석한 이영호 총무처장의 부탁으로 시작돼 체육교육학과 학생회의 사과 등으로 이어졌다.

이어 폭행당했던 김정탁교수(36·신문방송학과)가 등단,『여러분들이 모인 자리에 나온다는 것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했으나 막상 나와보니 김두선군(23·체육교육4)이 보이지 않아 무척 안타깝다』고 말하는 동안 학생들은 쉴새없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김교수는 그동안의 인간적 고뇌를 설명한뒤 『앞으로 진짜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할테니 여러분도 진짜 학생이 되도록 해달라』고 부탁하고 『우리가 배격해야 할 것은 권위주의이지 권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성휴 체육교육학과장(44)이 나와 『내가 데리고 있는 학생이 문제를 일으킨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단상에서 김교수와 악수를 나누자 학생들은 우레같은 박수를 보냈다.

구속된 김군의 아버지 김진국씨는 『그동안 자식의 등록금만 대주고 관심을 갖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것 같다』며 『앞으로 자식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집회 시작전에도 김교수를 연구실로 찾아가 사과하면서 같은 다짐을 했다.

김씨가 발언을 마친 뒤에는 신방과의 원로 이신복교수(61)가 「교수·학생에게 주는말」을 통해 화합을 촉구 했고 1학년 한대석군(19·회계)이 『대학에 들어와보니 사제지간의 정이라기 보다 인간적인 면이 부족한 곳이라는 생각에 무척 가슴아팠다』며 『이번 4·18 마라톤때는 교수님들도 학생들과 함께 뛰면서 땀을 흘리고 막걸리를 함께 마심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하자』고 제의해 무거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총학생회장 기군은 집회 말미에 승용차 스티커제를 도입,학생 승용차의 학내 출입을 제한키로 하고 학생들의 동의를 얻은 뒤 김정택교수,체육교육학과 학생회 ,총학생회 3자명의로된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의 내용은 이번 사건을 대학발전과 인의예지가 교훈인 성균관대의 명예회복 계기로 삼자는 것이었다.

이날 집회는 지난 5일 기군이 김교수 집에 찾아가 잘못을 대신 사과하며 『화합의 자리를 마련하자』고 말해 이루어졌다.

총학생회 측은 추후 화합을 다지는 교수 학생 막걸리 파티도 열기로 했다.【송용회기자】

노스승에 헌혈 줄이어/수술 소식에 고대생 18명 몰려

큰 수술을 받는 스승을 위해 대학생 제자들이 소매를 걷고나서 사랑의 피를 나누었다.

고려대 문리대 심리학과 과회장 손재화군(20)등 학생 14명은 8일 상오 10시께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 중앙병원에서 9일 심장병 수술을 받는 김성태교수(66)를 위해 현혈했다.

62년부터 고려대에 재직하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후 명예 교수가 된 김교수는 평소 앓아온 심장병을 고치려고 지난 6일 하오 입원 했었다.

지난달 10일께 김교수가 수술을 받을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뒤 손군 등이 혈액형 O형의 수혈 지원자를 모으자 필요인원 10명보다 훨씬 많은 18명이 자원했다. 3학년 6명,2학년 1명에다 김교수에게 배운일도 없는 신입생 11명까지 나섰다.

학생들은 이날 16명중 몸이 아프거나 혈관을 찾기힘든 2명을 제외한 14명이 3백50㏄씩 피를 뽑았고 수술 당일에도 혈소판 추출을 위해 나머지 2명이 수술에 참가,수혈할 예정이다.

1학년 이지숙양(19)은 『한번도 수강할 기회는 없었지만 노스승의 와병소식에 기꺼이 자원했다』며 『고대의 자랑이라고 들었던 사제간의 두터운 정을 나누는데 동참하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갈수록 소원해지는 것으로 느꼈던 사제간의 정이 아직 뜨겁게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병이 금방 나을것 같다』고 고마워 했다.

학생들은 『최근의 불미스런 일로 사제 관계가 삭막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며 『스승에게 헌혈을 하는 것은 제자로서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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