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강력표명 북 변화 촉진/국제적 지지 중국에 전달도/정부,단독 아닌 선가입 강조… 국내여론 분산 더 신경정부가 지난 5일자로 유엔 안보리에 우리의 유엔가입 입장을 밝히는 각서를 제출한 것은 연내가입을 위한 우리 외교활동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정부는 연초부터 기회있을 때마다 유엔 연내가입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 왔다. 최근에도 노태우대통령은 에스캅총회 개회사를 통해 『인구 4천3백만,연간교역량이 1천3백억달러가 넘는 세계 12위 무역국인 한국이 비회원국으로 남아 있는 것은 유엔의 보편성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우리의 가입 당위성을 밝힌바 있다.
정부는 또 이같은 연내가입 의지를 외교경로를 통해 유엔회원국에 설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종전의 연내가입의사 표명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시사 또는 비공식 전달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유엔 가입신청 시점에 관한 최초의 공식적 입장표명인 이번 각서제출은 우리의 유엔가입 노력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임을 예고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각서 제출은 회원국들에 대한 지지요청 등 대유엔외교의 공식화라는 선언적 의미외에 북한·중국 등에 대한 공개적 메시지 전달이라는 전략적 측면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특히 우리측의 강력한 연내가입 의지를 부각시킴으로써 북한측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정부당국자들은 지난 88년 노대통령의 유엔연설을 좋은 사례로 들고있다. 당시 우리측이 대통령연설을 추진하자 북측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유엔연설이 대세로 기울자 북측은 제3국의 중재에 따라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도 유엔에서 연설을 하는 방식으로 태도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측의 강력한 「밀어붙이기」는 오히려 북한측의 입장변화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게 정부 관계자들의 시각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메시지 전달효과는 중국에도 적용된다. 사실상 우리의 유엔가입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있는 중국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있다. 오히려 「남북간 합의」를 계속 강조함으로써 한국이 단독으로 가입을 신청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중국의 태도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앞으로 유엔과 관련한 대중외교에 있어서 막후 접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보다는 우리의 분명한 입장을 공식화함으로써 중국의 결단을 촉구하고 중국측에 대북설득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중국과의 막후 교섭과는 별도로 우리의 유엔가입에 대한 국제적 지지 분위기를 공개적으로 중국에 전달하는 방식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각서의 내용만큼이나 각서 제출의 시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정부는 우선 오는 29일부터 유엔총회가 속개되는데다 유엔에서 걸프전의 비중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걸프전을 통해 유엔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의 가입문제를 상기시킴으로써 가입지지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정부는 최근 북한이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바꾸려한다는 첩보를 입수함에 따라 우리측의 분명한 입장표명을 서둘렀을 수도있다. 즉 북한이 지난해 「단일의석 가입안」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유엔가입 저지를 목적으로 한 기묘한 제의를 해올 경우 소모적 논쟁을 하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전에 우리 입장을 명확히 하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9기 2차대회가 오는 11일로 예정되어있는 점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 각서 제출이 우리측의 「단독가입 강행」으로 비쳐지는 것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각서에서 ▲동시가입을 희망하는 우리측의 기본입장과 ▲지난해의 남북대화 노력 ▲북측 논리의 허구성 등을 지적했다.
특히 우리측은 각서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정식호칭하는 등 북한체제에 대한 존중을 표명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최후의 방법인 단독가입 신청에 대해서도 「단독가입」이 아닌 「선가입」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줄 것을 언론에 당부할 정도이다.
그러나 정부가 정작 염려하는 부분은 외국의 시각보다는 국내여론의 분산이다. 정부의 유엔가입 의지가 공세적 대북전략이나 국내정치적 이용물로 비쳐질 경우 연내가입 신청자체가 재검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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