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타도위해 독립투쟁 부추겨/수십만 수난 불구 “내정간섭” 방관/쿠르드 지도자들 “배신행위” 맹비난이라크의 걸프전 패전을 계기로 독립국가를 수립해보려던 2천5백만 쿠르드족의 비원은 침담한 희생만 남긴채 또다시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다.
터키와 이란국경지대로 수십만명의 쿠르드 난민들이 탈출하고 있는 가운데 사담·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7일 이라크정부군이 쿠르드족과 시아파 반란을 분쇄했다고 공식선언했다. 봉기직후 한때 이라크 북부지역을 거의 장악하고 기세를 올렸던 쿠르드족 반군이 재기할 전망이 없다는 사실은 쿠르드족 반란에 대응해온 미국의 자세에서 보다 확실해진다.
걸프전종전이후 두번째로 중동순방길에 오른 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7일 터키에 도착한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라크내 사태에 대하여 경찰역할을 하지않겠으며 ▲누가 집권자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베이커의 이 발언은 이미 힘을 잃은 쿠르드족의 반정부 무장투쟁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를 바가 없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활동은 국제여론에 못이긴 난민구호사업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그나마도 프랑스의 주도에 이끌리는 소극적인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대해 쿠르드족이 분개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쿠르디스탄전선의 바르햄·살리흐대변인은 ABC TV와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군사지원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이라크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의 「배신」을 비난했다.
후세인대통령을 타도하라는 부시의 연설을 듣고 쿠르드족 반군들이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있을 것으로 굳게 믿었다는 것이 쿠르드족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인 것이다.
이러한 비난에 대한 부시대통령의 변명은 궁색하기 이를데 없다. 부시대통령은 『내가 발표했던 성명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검토해본 결과,미국이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시사를 한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문구해석으로 자신에 쏟아지는 비난을 막고 있다.
쿠르드족 문제에 대응하는 미국의 태도는 미국외교의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걸프전 종전직후 반군을 공격중인 이라크 전투기 2대를 격추함으로써 이라크내 반군세력을 고무했던 것은 부인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궁극적으로 노렸던것은 이라크의 약화이지 쿠르드족의 독립문제는 아닌것이다.
미국은 화학무기 등 대량 파괴무기의 폐기라는 이라크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 이라크내부의 혼란이 필요했고 이의 실현을 위해 미국은 시아파 및 쿠르드족의 반란을 유도했던 것으로 볼수있다. 그러나 중동지역의 세력균형을 파괴할 수도 있는 시아파의 집권과 이라크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들에 파란을 불러일으킬 쿠르드족의 독립을 내심 원치않았던 것이다.
결국 쿠르드족은 단호하게 쿠웨이트를 해방시킨 미국의 태도에 고무되어 반란을 일으켰지만 뒤늦게 미국의 세계전략의 소모품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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