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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수사/이충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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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수사/이충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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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째 부녀자피살 사건이 났는데도 화성의 경찰관들은 의외로 느긋하다. 지난 4일 69세 할머니의 시체가 발견된 이후 화성경찰서 동탄지서에는 수사본부가 설치돼 경기도경,화성서 등의 수사관들이 부지런히 들락거리고 있으나 대부분이 느늣하고 여유있는 표정이어서 기자들이 오히려 의아해질 정도였다.수사본부장인 문원태 경기도경 제2부장은 4일 하오 회의가 끝난뒤 『수사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이번 사건은 기존사건과 여러모로 범행수법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고 연쇄피살 사건과 무관함을 누누이 강조했었다. 문본부장은 기존사건과 차이점을 비교분석한 자료까지 곁들여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장시간의 첫날 회의는 「어떻게 범인을 잡을 것인가」를 숙의한 회의가 아니라 무엇이 다른가를 찾기위한 모임이었던 것이다.

다른 수사간부들도 「열번째」라고 보도하는 언론을 못마땅해 했다. 경찰은 특히 종전의 피해자들은 모두 성폭행을 당했으나 이번에는 성폭행 흔적이 없다는 점을 「별도사건」의 가장 유력한 근거로 제시하고 나섰다.

5일 실시된 부검결과,이번에도 피살자가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경찰은 피해자가 손발이 묶이거나 입에 재갈이 물려지지 않았던 점을 이유로 연쇄피살과 다른 사건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찰의 이같은 소극적 태도는 수사계획과 전망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을 원한이나 변태성욕자의 소행으로 보고 이 일대의 우범자들을 수사하면 범인이 조기검거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수사간부들은 또 5개월전 아홉번째 사건으로 크게 곤욕을 치른 탓인지 일선 수사관들에게 『한마디만 기자들에게 흘려도 큰일날줄 알아라』라고 입막음을 했다. 기자들에게도 『이번에는 제발 목격자들을 찾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고 언론의 회살만 피해가면 범인이 저절로 잡히고 주민들의 불안도 해소된다는 말인가. 경찰이 이처럼 엉뚱하게 헤매고 있는 동안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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