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과 대등관계/다원주의형성 계기로/고르비와 상호보완 개혁 가속화 전망도소련러시아공 인민대표대회가 5일 보리스·옐친 최고회의 의장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고 사상 최초로 직선대통령선거를 오는 6월12일 실시키로 함으로써 소련은 정치적 다원주의에로의 발판을 새롭게 마련하고 있다.
일단 이번 러시아공 인민대표대회의 결정은 옐친 개인의 정치적 입지강화 및 대고르바초프 도전기반 확보로 분석될 수 있으나 좀더 광의적으로 보면 급진개혁파와 기존 정치세력간의 대등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즉 그동안 정치권내에서 아무런 기반을 갖지 못한 옐친 등 급진개혁파가 이번 직선대통령선거를 통해 대중적 지지를 확인함으로써 현 소련연방정부의 핵심세력인 당 군부 KGB 등 보수세력과 맞설수 있는 입지가 생겼다고 볼수 있다.
이와함께 보수세력에 밀려 최근 우경화 경향을 보여온 고르바초프 연방대통령에게도 보수세력의 준동을 자제시킬수 있는 계기가 되는 등 고르바초프의 입지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는 소위 「신보수파」로 불리는 당 군부 KGB 등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자는 세력으로부터 어느정도 견제를 받아온것이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 소위 급진개혁적인 「5백일 경제안」의 포기,올해초 발트 3국의 유혈사태 등에서 입증된 바 있으며 고르바초프는 심지어 강경공산주의자들로부터 「단호한 대처」를 요구받기도 했다.
하지만 동구의 대변혁,공산당의 권력 일당독점포기 등에서 보듯 고르바초프는 보다 발전된 사회주의와 정치다원주의를 원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한만큼 이같은 노선을 계속 추진키 위해서는 옐친 등 급진개혁파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대변할수 있는 정치세력의 등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물론 보수파들로서는 급진개혁파의 정치권 전면등장은 자신들의 기득권뿐 아니라 정치생명까지 위협당하는 일종의 위기상황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동안 소련내 정치권의 갈등은 보혁세력의 주도권 다툼으로 볼수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러시아공의 직선대통령선거 결정은 보수세력에 밀렸던 급진개혁파들의 역전승으로 해석될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인민대표대회가 애당초 보수세력들이 옐친을 탄핵키 위해 소집했던 대회였으며 아직까지는 권력의 핵심부를 장악하고 있는만큼 결코 만만하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련군부내 공산당 강경파들은 지난주말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한 모임에서 『볼셰비키혁명뒤에 건설된 체제가 반사회주의자들의 책동으로 반혁명으로 변질됐다』며 옐친이 무제한의 권력획득을 획책하고 있고 아발킨 전 부총리 야코블레프 전 당정치국원 등은 공산주의에 어긋나는 책동을 한 「이념의 반역자」들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면서 고르바초프대통령에게 이들에 대한 단호한 척결을 강조한바 있다. 고르바초프는 이에대해 『점증하는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키위해서는 민주적 개혁노선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정치적 다원주의를 위한 의견의 다원화와 각당이 정강을 내걸고 권력을 추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옐친 의장도 『비상대권의 통과에도 불구,러시아공과 소련연방간의 협조체제에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며 『나에게 부여된 권한들은 러시아공과 공화국주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양대 지도자들의 발언은 개혁과 정치다원주의에는 찬성하지만 이념적 정치적 대결과 경쟁에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고르바초프는 헌법상 임기가 보장돼있을 뿐아니라 그를 탄핵키 위해서는 연방인민대표대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이며 비록 국민들의 인기도가 경제문제 등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를 대신할 지도자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않은 실정이다.
반면에 옐친은 현재로는 대권도전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바있으나 러시아공 대통령으로 선출됨으로써 입지를 강화해 차기 대권을 꿈꾸어볼수도 있을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때 비록 고르바초프와 옐친이 당 군부 KGB 등의 강력한 견제를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급진개혁쪽으로 갈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상호보완적 관계가 어느정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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