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부인경제실리 추구… 공개외교 펼쳐야에스캅총회에 참석한 중국대표단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화추 중국외교부 부부장의 한국에 대한 공식적 태도가 우리측의 감정적 반발을 일으키는가하면 이상옥 외무장관과 유부부장의 만남이 한중관계 개선의 긍정적 계기로 평가되는 측면도 있다.
이처럼 중국의 대한태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단하나 분명해진 것은 중국이 공식적으로는 한국을 일체 인정하지 않으면서 경제교류 등 실질적 측면에서만 관계증진을 모색하는 철저한 이중적 정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31일 내한한 유부부장은 우선 김포공항 도착직후 관행으로 되어있는 기자들과의 접촉을 회피했다. 그는 이한하기 전날인 3일까지도 우리측 기자들의 회견요청을 거부함으로써 회견에 응한 인도네시아 등 다른 참가국대표는 물론,역시 미수교국인 베트남 외무차관의 태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유부부장은 지난 1일 회의 개막첫날 기조연설을 하면서 주최국인 우리나라의 국호를 부르지 않는 「결례」를 보였다. 그는 기조연설 첫 부분에서 주최국에 대한 의례적 사의를 표시하며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대신 「Host」(주최국)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우리측 관계자들이 중국측의 이같은 태도에 혀를 차며 불만스러워했음은 물론이다.
이는 우리가 유엔 연내가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라는게 외교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의 이같은 정책은 우리정부에도 새로운 외교적 대응방안을 모색케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대중 및 대유엔외교에 있어서의 정면돌파방식 채택을 의미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유부부장은 이번 방한기간중 한국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어떠한 언행도 하지않았다. 그는 에스캅이라는 국제회의의 대표로서만 행동했을뿐 한국과의 양자관계로 비칠만한 활동은 철저하게 삼갔다.
유부부장의 이같은 태도는 1일 하오 이상옥 외무장관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는 리셉션장을 돌며 각국 대표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도 한국 관리들과는 접촉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그는 주최자인 이장관은 물론,유종하 외무차관 등 우리측 고위 참석인사들과 인사도 나누지 않은채 리셉션장을 빠져나갔다.
중국의 이같은 한국 불인정정책은 최근 일련의 양국접촉에서 꾸준히 표출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2월초 북경에 개설된 우리의 무역대표부는 현재까지 중국 관리들과 전혀 접촉을 갖지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무역대표부를 개설하면서 사실상 이를 통한 정부간의 접촉을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중국측은 아직 무역대표부를 민간기구로서만 받아들이고 있다. 서대유 주서울 중국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달 28일 내한하면서 민간기구성격을 되풀이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중국측의 공식적 태도에도 불구,이번 회의기간중 이뤄진 이상옥장관과 유부부장의 접촉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각도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면담내용은 중국의 기존입장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었으나 이 자리에 배석했던 관계자들은 『밝힐수는 없으나 상당히 의미있는 이야기가 오갔으며 유부부장의 태도도 매우 정중했다』고 말하고 있다. 한중관계가 표면상으로는 진전이 없으나 수면아래에서는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는 얘기이다.
정부관계자들은 그러나 한중관계가 언제까지나 이같은 이중적 구조에 묶여있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연간 38억달러에 달하는 양국간 교역량과 북경아시안게임,에스캅,아태각료회의(APEC) 등에서의 협력 등 실질관계를 바탕으로 중국의 공식적 태도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따라 정부내에서는 더이상의 막후교섭보다는 우리의 유엔가입에 관한 국제적 지지분위기를 중국에 강력히 전달하고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측면에서도 한국을 선택하도록 하는 공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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