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개숙인 혁명아 카다피/걸프전후 대미화해등 손짓(세계의 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개숙인 혁명아 카다피/걸프전후 대미화해등 손짓(세계의 창)

입력
1991.04.01 00:00
0 0

◎소·동구등 변화 지원세력 끊겨/라이벌 시리아 부상에 초조감/테러배후의심 여전… 미·영등 반응 시큰둥「혁명아」 카다피는 이제 「신중한」 정치가로 변신했는가.

걸프전 와중에서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하마르·카다피는 최근 85년이래 단절된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리비아의 관영 JANA통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카다피원수는 이탈리아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이 상호존중과 내정불간섭에 기초한 동등한 관계아래 외교관계의 재개를 원한다면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카다피는 이 회견에서 바레인에 미군기지가 들어설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그렇게 될 경우,걸프지역에 안보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자신의 목숨까지 노린바 있는 미국에 대해 솔선해서 손을 내미는 듯한 이같은 태도변화는 전례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리비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관계를 시급히 개선해야할 필요성을 안고 있다. 우선 소련과 동구권의 변화로 이들 세력으로부터 군사적원조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동구각국으로부터의 무기공급이 완전히 끊기다시피했고 소련군사고문단마저 리비아를 떠난지 오래다.

카다피는 4월말께 소련을 직접 방문,무기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미확인 보도도 있지만 소련의 정책이 뒤바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냉전시기 같은 반미친소국가였던 시리아가 다국적군에 가담,아랍세계의 강자로 부상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카다피가 일종의 초조감을 느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리비아는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85년 미국과의 외교단절이후 리비아 외화소득의 95%를 차지하는 석유산업이 막심한 타격을 받았다. 걸프전 기간중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량 쿼타를 철폐했을 때도 리비아는 산유량을 늘릴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증산에 반드시 필요한 미국의 첨단기술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걸프전 와중에서 중립을 지켰고,그리고 최근들어 대미화해제스처를 보이는 것도 이러한 군사·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현실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카다피의 이러한 조심스러운 화해손짓에 대해 미국과 영국은 아직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미국은 카다피가 더이상 테러행위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구체적 증거를 요구하고 있고 영국은 리비아가 자국내 테러조직인 에이레공화군(IRA)에 넘겨준 무기내역을 공개하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들어 리비아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는 하나 서방측은 리비아가 군사모험주의로부터 완전히 손을 씻었다고는 보지않는다. 지난해 5월 텔아비브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와 12월 차드의 하브레대통령 축출에 카다피가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서방측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화학무기를 생산하고 있지않다는 리비아의 거듭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서방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막대한 원유매장량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인구 4백만에 불과한 리비아가 걸프전이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온건주의 노선일지도 모른다.

걸프전에서 이라크는 군사적으로 패배했으며,전후 시리아는 서방측에 급속히 접근하고 있고 이란 역시 미국과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카다피의 이러한 온건노선추구는 22년의 집권경험을 가진 그가 초기의 과격성으로부터 점차 벗어나는 증거로 보는것이 아랍의 관측통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러한 점에서 카다피는 아랍주의라는 이상적 원칙 충실,결과적으로 치욕적 패배를 당한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유동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