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보혁동거」가 2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3일 재야의 민주연합파 인사 67명이 민주당에 합류하면서 「상당히 보수적인」 민주당과 「다소 혁신적인」 재야인사의 동거가 시작됐었다.우리 정치로서는 드문 현상인 이들의 「보혁동거」에 대해 출범 때부터 불안스런 시선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예상보다 훨씬 잡음없이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 듯하다. 정당으로서는 소리가 나게 마련인 지구당조직책을 별 무리 없이 1백12명이나 임명했고 당직인선도 말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과거의 민주당이 「스타군단」이니 「8인8색」이니 하는 얘기를 들으며 사춘기적인 방황을 한 것에 비하면 동거 후의 모습은 오히려 안정감을 내비치고 있다는 평점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민주당의 생활이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양측이 결합하면서 보여준 「혼수감」에 대한 상호이해가 큰 역할을 했다.
민주연합쪽은 그들이 살아온 「가정환경」에 걸맞지 않게 남북문제에 있어서 외국군의 단계적 철수요구와 『서민대중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국민복지 공해추방을 추구한다』는 2개 항만을 당의 정책에 추가해줄 것을 원했다. 또한 민주당측은 조직책 임명에서 민주연합측이 희망한 35명 중 23명을 흔쾌히 수용했고 당직인선에서도 상당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민주당이 재야의 도덕성이란 내실을 확보했으며 민주연합은 제도권당이란 몸체를 얻었다는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졌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지 간에 이들의 「분업적 동거」가 일단 보기 좋은 양상을 띠고 있는 것만은 인정해줘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이들의 밀월이 민주당 「본가」 쪽에 다소의 상처를 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 당초 민주연합과 함께 원로정치인 그룹도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던 민주당 일부 비주류 멤버들이 아직도 「집밖」에서 배회하고 있다.
이들은 당연히 조직책 임명과 당직인선에 상대적 소외감을 맛보아야 했고 『딴살림을 차리려 한다』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보혁동거는 이기택·김현규 라인의 민주당 주류와 이부영·고영구씨가 대표하는 재야인맥이 앞으로 어느 정도 비주류를 포용해 가느냐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비주류 인사들을 어떻게 다시 집안으로 불러들이느냐 하는 문제의 열쇠는 동거당사자인 이기택 총재와 이부영 부총재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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