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공맹윤리까지 내세워 개탄할 생각은 없다. 옛날 잣대(척도)로 젊은이들을 재단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기 위함이다.그러나 탁 털어놓고 말해보자. 제대로 돼가는 문명국에서 대학생이 사소한 일로 교수를 폭행했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있던가. 28일 서울 모 대학캠퍼스 안에서 대학생 3명이 교수를 집단폭행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충돌의 자초지종을 보면 원인도 학생들의 잘못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으니,교수와 학생 양쪽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고 양비론을 펴야 한다는 것인가. 아무리 격변기의 전환시대를 살아간다고 하지만 우리의 캠퍼스는 너무 살벌하고 삭막하다.물론 그간의 민주화과정에서 갈등을 겪어야 했던 것은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두운 시절 수많은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당한 「삭발의 수모」나 「어용」이란 멋대로의 매도행위를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보직교수가 대학생들에게 떼밀려 교문 밖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일도 있었다. 총장실이 툭하면 극렬운동권 학생들의 「농성장」이 돼버린 일도 많았고 문교장관이 봉변을 당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리 기성세대 모두가 참고 견뎌야 했던 것은 어두웠던 시절 제할일을 제대로 못 했다는 자성과 과거청산을 위한 최소한의 반작용은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모로보나 시대상황과 관련이 없는 대학생들의 이유와 동기없는 「단순폭력행위」마저 우리가 그저 젊은이들의 「순간적 실수」라고 관용할 수는 없다. 그날 있었던 학생들의 폭력행위는 교수의 권위를 뿌리째 짓밟는 시정잡배만도 못한 반도덕 반윤리적 행위라고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폭력에 짓밟히는 대학과 교수의 권위를 되살리고 옹호하는 일에 우리 모두가 나서는 것이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건전한 시민정신이고 지도층의 의무가 아닐 수 없다고 믿는다. 때문에 일방통행로를 무시하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제잘못을 모르고 주먹을 든 대학생들이라면 그들이 그 잘못을 깨달을 만큼의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교수들 또한 지난 시대의 자책감으로 인해서 제자들의 잘못을 책하지 못하는 무소신·무기력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의 돌팔매나 매도가 두려워 더 이상 전전긍긍하는 비굴한 교수라면 차라리 캠퍼스를 떠나야 한다.
학생들이 잘못하면 분명히 지적해 주고 바로 잡아주는 용기를 회복해야 한다. 학부모를 비롯한 모든 국민들도 교수들의 용기회복을 지원하고 이 사회의 잘못된 도덕과 윤리를 바로 세우는 일에 힘을 모을 때라는 것을 자각,실천에 나설 것을 우리는 그래서 제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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