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 등 대중매체에서의 분유광고 중단」에 관한 합의식은 결국 아무런 합의없이 끝났다.이날 프레스센터 멤버스클럽에는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대표,보사부 관계자,주한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 대표,매일유업·파스퇴르분유 대표 등 10여 명과 신문방송기자 20여 명이 모여 오지 않는 남양유업대표를 3시간이나 기다렸다.
회의시간인 11시 이전부터 사장을 기다리던 이 회사 홍보담당자는 12시가 다 되도록 사장이 나타나지 않자 연신 전화통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사장을 맞으러 가겠다』며 1층으로 내려가더니 그 역시 행방불명이 돼 버렸다. 견디다 못한 참석자들이 몇 차례 남양유업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여비서들로부터 『합의식장으로 출발했다』 『노조문제로 출발했다』는 엇갈린 대답을 들어야 했다. 남양유업대표는 끝내 전화 한 통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합의식은 지난 21일 「시민의 모임」 사무실에서 이 모임의 김순 회장과 남양·매일·파스퇴르 등 3개 분유회사의 기획실장·기획담당 이사들이 모여 최종 합의한 사항들을 정식문서로 만들어 서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들은 이보다 1주일 전인 14일에도 한 차례 회동,대중광고금지 등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기로 잠정합의했었다.
「민간소비자 운동의 개가」 「소비자들에 대한 기업의 진일보한 자세전환」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이 합의각서 작성은 지난해부터 불붙기 시작한 분유회사간의 추악한 광고전쟁에 대해 「시민의 모임」을 비롯한 소비자단체들이 『소비자를 오도해 분유판매를 늘리려는 작전』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보사부가 이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시민의 모임」의 김순 회장은 『합의문서 서명약속은 일개 소비자단체와의 약속이 아니라 사회와의 약속이었다』며 분개했다.
남양유업측은 28일 하오 기자에게 전화를 걸고 『21일의 실무자 모임 때 「광고중단」이라는 총론에는 찬성을 했지만 각론에는 완전한 합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식장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는데,국내최대 우유회사의 변명치고는 이해하기 힘든 변명이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