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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통일병」(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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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통일병」(사설)

입력
199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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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독일의 옛 동독지역이 지금 심각한 「통일병」을 앓고 있다. 독일의 통일을 부러워하고,어느 땐가 그들처럼 통일을 이룰 것을 기대하고 있는 우리로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옛 동독지역에서는 3주째 연방정부의 경제정책에 항의하는 데모가 벌어지고 있다. 막연한 항의는 한때 통일의 영웅처럼 떠받들었던 콜 수상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로까지 발전하고 있다.항의 데모의 직접적인 발단은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에 있다. 실업은 늘어나고,물가는 서독수준으로 올랐지만 임금은 그만큼 뛰지 못하는 동서의 경제적 격차 때문이다.

대충 동독사람 3명 중 한 사람은 실업상태에 있다. 게다가 동독지역의 기업정리가 끝나는 7월께에는 취업대상 인구의 절반이 실업자 신세가 될 전망이다.

동독지역의 실업자 홍수는 경쟁력 없는 공장들이 문을 닫고 아직 기계가 돌고 있는 기업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감량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서독기업의 투자는 부진하기만 하다. 동독지역의 노임이 뛰고,산업 하부구조가 형편없는 데다 동독 쪽 산업시설이 아예 낡아 서독의 기업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제적 마찰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콜 수상정부도 애초에 「통일비용」의 명목으로 뒤떨어진 동독지역에 투입할 돈을 5천억마르크로 잡았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2천년까지 3배가 넘는 1조7천억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동독 쪽의 「통일병」은 경제 못지않게 심리·문화적인 현상이라는 데에 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명령에만 의지해서 안이하게 살아온 동독인들은 자기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되는 자유사회에 적응하는 데 고통이 따르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서쪽시민에 비해 「2등 시민」이라는 갈등을 안고 있다.

결국 눈에 보이는 물질적 풍요,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값을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옛 동독사람들과 함께 실감하게 된다. 오늘날 독일땅 동쪽의 갈등은 바로 통일을 열망하는 우리가 치러야 될 시련을 미리 가리키고 있다.

서독정부는 90년대 중반까지는 동독지역을 서독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약을 저버리고 소득세를 올려 서독시민들로부터도 불만을 사고 있다.

막연한 통일의 구호보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희생과 비용,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통합 프로그램이 앞서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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