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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배상·군사력 완전무력화등 내용 유엔 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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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배상·군사력 완전무력화등 내용 유엔 상정

입력
199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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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가혹한 종전안… 후세인 몰락 압력/받아들이기 힘든 굴욕적인 조건 제시/이라크인 스스로 속히 결단하길 바라미국은 사담·후세인 정부의 굴욕적 몰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가혹한 조건의 종전결의안을 유엔에 상정해놓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7일 마거릿·터트와일러 미 국무부 대변인이 『매우 가까이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힌 이 유엔 종전결의안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함으로써 발생시킨 인간적·물질적·환경적 피해를 모두 배상할 것과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내용으로 돼 있다.

피해보상을 위해서는 따로 유엔사무총장 지휘 아래 위원회를 구성해 이라크 원유수출금의 일정액을 할당해 이를 무기한으로 갚아야 한다.

이라크의 군사적 무력화부문은 더욱 가혹하다.

이라크정부는 유엔결의안이 통과된 15일 이내에 이라크내에 있는 모든 핵·화학무기 등 비재래식 무기는 물론,이 무기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소재·기술까지도 상세히 유엔에 보고해야 하며 유엔은 이를 조사하고 확인해 모두 파괴하게 돼 있다. 스커드미사일,실크웜 대함미사일 등도 조사해 이를 완전 폐기하며 대포,탱크,공군기,함정 등 일반 재래식 무기는 일체수입할 수 없도록 한다.

국토는 쿠웨이트접경 10㎞를 평화유지군을 위해 내놓게 돼 있다.

이런 가혹한 종전결의안을 이라크가 수락하는 경우에도 현재 유엔이 결의해 집행하고 있는 경제제재조치는 생활필수품에 한해 그것도 단계적으로 풀게 돼 있고 또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철수도 조건적으로만 이뤄지게 돼 있다.

지난 3일 미·이라크군 사령관들이 임시휴전에 합의한 이후 사담·후세인은 적어도 세 번 이상 서방언론에 노출됐다. 시아파 지도자와의 회담장면,국무총리경질에 따른 새 내각출범,국민에게 보내는 반군타도 명령 등의 장면이었다.

후세인은 여기서 여전히 「승리자」로 비쳐졌다. 아직도 상당수의 이라크국민들은 후세인을 승리자로 박수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평화군이 조직돼 이라크의 군사비밀지역을 샅샅이 뒤지며 핵무기·화학무기와 관련됐다고 인정하는 주요군사시설,물자 등을 공공연히 부셔댄다는 것도 지금의 후세인체제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터트 와일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만일 유엔결의안을 이라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결의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유엔헌장 제25조에 따라 이를 강제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로 이라크 전국의 주요군사시설을 수색·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 국무부의 고위관리는 『유엔결의안이 이라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가혹한 것은 후세인에 대해 이라크인 스스로가 속히 결단하기를 바라는 의미인 것』이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현재 소·영·불·중국 등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 사이에 약간의 의견조정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27일 밝혀진 내용에 큰 변화없이 내주중에는 무사히 이 결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임이사국 중 소련은 대이라크 무기수출금지안에 대해 약간의 이의를 제기하고 있을 뿐이어서 이는 쌍방외교를 통해 곧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입장이며,예멘이 이라크 제재조치를 이스라엘 제재조치와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다른 이사국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여 페이지에 이르면서 역대 유엔결의안 중 가장 길고 까다롭게 돼 있는 이 종전결의안이 비록 통과된다 해도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이라크내의 무기시설을 샅샅이 뒤져 파괴하는 문제로부터 원유수출대금의 일부를 차압해 관리한다는 것은 아직 국제관계사상 한번도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까다롭고 이라크에 굴욕적인 유엔결의안을 들고 있으면서 오히려 후세인의 자멸을 기다릴 것이 더 확실하다.

미국은 사담·후세인의 몰락을 바라고 있지만 후세인군이 북부 쿠르드족과 남부 시아파들의 반군진압을 반대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부 쿠르드족과 남부 시아파들의 반후세인 정부투쟁이 후세인 대통령의 몰락만 가져오고 이라크의 분리까지를 몰고가지 않는 사태가 중동평화의 묘안이라고 미국은 믿고 있다.

미국은 까다롭고 복잡하게 구성돼 있는 이번 유엔결의안의 통과과정을 지켜보면서 후세인의 이라크인 스스로에 의한 몰락을 기다릴 것이다.

미국은 걸프전 승리에 이은 확실한 유엔결의의 뒷받침까지 갖고 새 중동평화안을 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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