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실시된 이번 시·군·구 의회의원선거는 일단 우리나라선거의 대명사처럼 돼 있는 과열·타락분위기를 극복한 점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수서정국을 우회하기 위한 여권의 당략에 이번 선거가 이용되었다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렵고,이 때문에 기습적인 선거강행으로 준비와 홍보부족에서 오는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또 후보가 1백78명이나 사퇴해 금전거래에 의한 담합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게 한 것이나,6백15명이나 무투표 당선케된 것이 유권자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빚은 것도 부정적이다.정부의 때아닌 선심공약이나 법률의 미비점을 역용한 야당의 선거운동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그러나 선거분위기를 위축 또는 경화시켰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탈법에 대한 당국의 엄벌주의와 각종 시민단체 및 지역주민들의 공명선거캠페인 등에 의해 금품살포와 음식대접,선물돌리기,가두방송,인쇄물 배포 등 각종 불법운동 사례가 크게 줄어 비교적 조용하고 깨끗한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또 전과자들이 대거 출마하고 학·경력위조 후보 등이 많았던 것 역시 흠이지만 합동연설회에서 상대방 비방과 정치적 발언 대신 지역발전공약이 주종을 이뤘던 것도 지방자치의 앞날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었다.
특히 치안본부가 5백28명의 선거사범을 적발,이 중 72명을 구속하고 2백34명을 불구속 입건한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종 부정과 탈법의 잔치로 치렀던 13대 총선 때 불과 수명을 구속한 것과는 엄청난 대조요 적극적인 자세로 평가할 만하다. 이같은 당국의 「가차없는 제재」 자세는 마땅히 오는 광역지방의원선거와 14대 총선 때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와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정밀 검토하여 합리적으로 선거법을 개정,오는 광역의원선거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제 선거가 끝남에 따라 국민의 관심은 자신들이 뽑은 지역의 일꾼들이 지방의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고장의 발전과 주민의 삶을 살찌게 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 당선된 지방의원들에게 몇 가지 간곡한 당부를 하고자 한다. 첫째 다른 곳에 한눈 팔지 말고 오직 고장의 발전과 주민이익의 향상만을 위해 충실하게 일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에 명기돼 있듯이 지방의회는 오직 지방조례를 개폐하고 자치단체의 예산을 심의결정하며 나아가 자치단체운영을 감독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 이럼에도 만에 하나 중앙정치의 연장으로 착각하고 정치적 발언과 공작에 신경을 쓸 경우 지방의회는 난파될 게 분명하다.
둘째 지방의원을 이권의 기회로 이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혹시나 지방당국의 각종 영리성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나왔다면 이제라도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 끝으로 지방의회는 어디까지나 오순도순하게,그리고 철저한 토론과 조정,그리고 표결 등 일련의 민주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민주원칙을 결여하면 지방의회의 존재가치는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소이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만일 지방의원이 특정정당의 하수인이 되어 중앙정치권의 기상에 따라 지방의회를 움직이려 할 경우 지방자치의 앞날은 어둡게 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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