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감시·처벌 강화로 재발 막아야”/“단속인원 확대 등 지속적 대책 절실/기업 환경투자 기피 문제… 국민 고발정신 중요/민관 합동 수시 수질조사 자료불신도 해결을”낙동강 상수원 오염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수질보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국일보는 긴급 전문가 좌담을 마련,맑은 물을 되찾기 위해 기업·정부·국민이 해야 할 과제를 진단했다.<편집자주>편집자주>
▲박창근=올해까지 3년째 계속 수돗물 오염사건이 일어나 국민들에게 불안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환경오염의 한쪽 원인자인 기업의 윤리문제가 전면에 부각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두산 쪽에서는 신문광고 등을 통해 단순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형철=검찰도 단순사고가 아닌 의도적인 방류라고 발표했습니다. 소각시설 고장에 의한 사고였다면 즉시 관할 환경청에 자진 신고하고 조치를 요구했어야 하는데 다섯달 가까이 방치했다는 사실은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신응배=비밀 배출구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사고라고 우긴다면 국민들의 분노만 더 촉발시킬 것입니다.
○두산만 그랬겠느냐
▲박=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놓고 과연 두산만 그랬겠느냐. 상당수 기업이 무단방류를 일삼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각 기업들은 법에 따라 처리시설을 갖추고 환경관리인까지 두고 있는데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용운=아직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경투자를 손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해방지 시설을 적당히 가동하거나 몰래 배출하는 게 낫지요. 법에 따라 환경관리인을 채용하고 있지만 그들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문제가 있으니 개선해서 제대로 처리하자고 건의해도 중간간부선에서 차단되기 일쑤입니다. 이직률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지요.
▲김=이번 사건은 기업의 비양심적인 오염행위,행정당국의 단속·정수장 관리의 허점들이 집약된 사례라고 봅니다. 또 다른 오염사건을 막기 위해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일선관리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기업주의 인식전환이 없으면 이번과 같은 사건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이 터지고 나니까 각 기업마다 중역회의를 열고 자체 점검을 하는 등 법석을 떨지만 신문에서 잠잠해지면 다시 무관심해질 것입니다. 공해방지도 꼭 필요한 투자의 일부분이란 인식을 갖는 게 시급합니다.
○기업주 발상 전환을
▲신=어쨌거나 이번 사건이 다른 기업들에게도 경각심을 갖게 하는 계기는 됐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박=기업들이 폐수를 완벽하게 처리하도록 하려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까. 그들의 윤리의식만 촉구해서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신=현재 우리나라의 공해방지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있습니다. 돈만 들일 생각을 한다면 얼마든지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지요. 경영자들의 의지가 문제입니다.
결국 정부나 국민들이 경영자들이 환경보호의지를 갖지 않을 수 없도록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박=솔직히 말해서 현재 여건에서는 수박 겉핥기식 단속에 그치고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를 방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좀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감시·단속방법은 없을까요.
▲김=현재의 단속방법에는 문제가 있음을 시인합니다. 전국의 점검 대상업소는 3만 곳이 넘는데 일손이 달려 업소당 연평균 점검횟수는 1.7회에 불과합니다.
문제가 된 대구지방 환경청의 경우도 30여 명이 2천7백곳 이상을 담당하는 형편입니다. 3∼4명이 한 조가 돼 제대로 점검하려면 하루에 3∼4개 업소도 벅찹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 가서 폐수만 떠다가 분석하는 차원에 머물러 시설이나 관리의 근본적인 문제를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전문지식 부족 문제
▲신=업소의 감시·감독에도 기술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과연 일선 단속공무원들이 그런 능력을 갖출 수 있는가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계의 인력을 활용하라고 건의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자기지역의 공장에 대해 수시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이용한다면 정부의 인력부족 문제도 보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정부로서는 공해방지시설의 설치 가동만을 전담하는 전문 대행업체의 운영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기업주는 생산활동에만 전념토록 하고 공해방지는 돈만 낸 뒤 전문가들에게 맡기자는 것이지요.
▲이=외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체적으로 견제기능도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수질환경 보전법에 그러한 근거규정이 있는데 왜 빨리 시행하지 않습니까.
▲김=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반면 책임한계가 모호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좀더 신중한 연구검토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이=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못 지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같은 단속방법으로는 기업의 비밀 배출행위를 적발하기 쉽지 않습니다. 인력·장비의 확대를 포함해 단속방법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박=해마다 물난리가 터지자 법과 제도에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있습니다. 처벌규정이 너무 미약하다는 지적도 있고요.
○실형위주 처벌 검토를
▲김=일부에서는 환경범죄도 형사범으로 처벌하자는 의견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염행위로 기소된 사람들이 재판과정에서 실형보다 벌금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가의 형사정책상의 문제라 환경처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만 실형위주의 처벌도 검토할 만합니다. 법인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도 필요할 것입니다.
▲신=이번 두산관계자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데 양벌규정을 두어야 합니다.
▲박=사실 3천만원이라는 벌금은 기업입장에선 아무것도 아닙니다. 외국에선 이번 같은 행위로 적발되면 회사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엄청난 벌금을 물립니다.
▲이=환경행정의 일원화도 문제입니다. 여기저기 업무가 분산돼서야 누가 책임지고 물을 관리하겠습니까.
▲신=이제는 대통령 직속으로 환경전문가를 두어야 합니다. 환경문제는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전문적으로 보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지요.
▲박=환경업무의 일원화 문제가 계속 논의되고 있는데 저는 차라리 환경처에 모든 기능을 부여한 뒤 5년이나 10년이 지난 뒤에 공과를 평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안에 환경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동감입니다.
○환경업무 일원화해야
▲이=권한은 분산된 채 책임을 환경처에만 물리는 것도 잘못된 일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기업체 단속의 허점이 드러나 그러는 모양인데 엄밀하게 따지면 그게 왜 환경처만의 잘못입니까.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 주지 않은 책임은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신=저는 환경처 장관을 경질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지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작 책임을 물으려면 예산을 안 준 경제기획원을 추궁해야지요. 수돗물 오염사건만 나면 떠들썩하다가 정작 예산 편성할 때 다른 소리하는 태도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박=올해로 벌써 3년째 수돗물 오염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물을 맑게 한다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게 하려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신=저는 우선 수질측정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씩 측정해 오염도라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측정한 것을 가지고 국가정책의 기본자료로 삼아서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습니다. 또 그런 자료를 내놓고 국민들에게 믿으라고 하니 누가 믿겠습니까.
그래서 저느 10년 전부터 민관 합동으로 조사하고자 주장해 왔습니다. 각 지역의 대학들에 위탁해 최소한 한 주일에 한 번씩은 조사를 하자는 것이지요.
▲이=맞습니다. 환경행정이 불신을 받는 데는 자료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합니다.
▲신=공무원들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소신과 책임을 갖고 일하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김=저 스스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업무 안에서 책임만 면하려 하지는 않았는지,환경문제의 해결보다 전시위주로 행정을 펴지는 않았는지 자책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신=우리나라는 아직도 관 주도의 사회입니다. 공무원들이 의식을 개혁한다면 기업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환경공무원들의 전문성도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환경소속 공무원들만 해도 좀 나은 편이지만 일선 시·도의 환경담당 공무원들은 어느날 갑자기 보직을 맡아 이 일 저 일을 잡다하게 처리하는 식입니다. 전문지식이 없이 헛다리만 짚는 식이니 단속이나 관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박=이번 악취사건도 마찬가지지요. 페놀에 염소를 뿌리면 악취가 더 심해진다는 것은 모르고 소독이 잘못돼서 그런 줄 알고 염소만 더 뿌렸으니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김=실제로 하수처리장이나 분뇨처리장 같은 데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는 별로 높지 못합니다. 그런데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혜택을 부여해야 합니다.
▲박=물사건만 터지만 몇조 원을 들여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는데 그게 과연 최선의 대책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신=맞아요. 엄청난 돈을 들여 하수처리장만 건설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발상은 잘못입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기존의 하수처리장 중 제대로 가동되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대부분 1차 처리시설 뿐이라 정작 중요한 중금속 등은 걸러내지도 못합니다. 또 전문인력이 없어서 있는 시설도 낮잠만 자는 형편입니다.
또 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하수처리장만 지어봐야 제값을 못합니다.
○일시적 관심은 금물
▲박=정부와 언론이 사건날 때만 반짝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는 관행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됩니다. 이번에도 냄새가 나는 페놀이었기에 천만다행이지 중금속이었으면 어쩔뻔 했습니까. 오염사건은 게속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일시적인 대책보다는 보다 지속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신=저는 지난해 사건이 났을 때 1년 안에 또 재발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부에서도 또 다시 수돗물 오염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까지의 정책과 법·제도의 문제점을 종합 검토하고 단기적으로는 사건이 터졌을 때 대처하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이번 경우에도 페놀이 검출됐을때 현장 공무원들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신=어제 청와대에서 대책회의가 있었는데 거창한 대책이 많이 나왔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회의는 차라리 물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모임이 됐어야죠. 그런 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만 또 다른 물파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박=이번 사건으로 대구에서는 두산제품 불매운동 등 항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매운동은 감정적이고 한시적이라는 문제는 있지만 어쨌거나 환경에 큰 관심이 없던 일반 시민들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의미가 있습니다. 맑은 물 깨끗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지금까지 일반 국민들은 공해피해를 입어도 개인적 차원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시민들이 공해사례를 발견하면 즉시 고발하고 분쟁조정제도 같은 것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업 등 오염 행위자들이 경각심을 가질 것입니다.
○공해 신고전화 설치를
▲이=국민들의 고발정신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업의 불법방류나 매연자동차 등 공해단속을 정부 혼자 하기는 힘듭니다.
현실적인 제안으로 범죄신고 전화가 112인 것처럼 알기 쉬운 공해신고 전화를 설치했으면 합니다.
▲신=시민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의 제품을 애용해 주는 캠페인도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제품의 질과 가격 등만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데 이제는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을 키워줘야 합니다. 기업은 소비자를 가장 두려워하기 마련이거든요.
▲박=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민간환경운동이 환경에 관심이 많은 일부 집단에 의해 주도돼 온 게 사실입니다. 일반 국민들도 관심은 있지만 직접 피해를 입은 주민들 외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질 않았어요.
이제는 모든 국민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로서 기업을 감시하고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정부에 대해서도 올바른 정책을 펴도록 질타 해야지요.
○모든 국민이 감시해야
또 국민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회용제품·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제품을 덜 쓰는 실천운동도 절실합니다.
▲김=환경행정에 줄곧 몸담아 온 공무원으로서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엄청나게 높아졌음을 실감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국민과 함께 하는 환경행정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정리=원인성 기자>정리=원인성>
□참석자
박창근<사단법인 환경교육회 위원장>사단법인>
신응배<한양대 교수·토목공학>한양대>
이용운<전국 환경관리인연합회 회장>전국>
김형철<환경처 기획관리 실장>환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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