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여 명 참가 “통독 후 최대”/야당도 동조 조기총선 요구/동·서 주민 감정대립… 묘책 부심구 동독 지역의 경제·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라이프치히를 비롯한 다수의 주요 도시에서 시민운동 그룹과 노조 등이 주도하는 월요항의 시위가 3주째 계속됐다.
이날 라이프치히와 켐니츠 드레스덴 츠비카우 마그데부르크 베를린 아이젠휘텐 슈타트 로스토크 등지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10만명이 훨씬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특히 라이프치히 시위에는 8만명 이상이 참가해 지난해 동독공산정부가 사라진 이후 벌어진 최대규모의 시위로 기록됐다.
시위군중들은 현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며 일자리의 보장을 촉구하는 한편 헬무트·콜 총리의 퇴진,총선 재실시,구 동독기업의 사유화를 책임지고 있는 신탁관리사 트로이한트의 개편 등을 요구했다.
특히 25일 시위에는 최대야당이 사민당의 포겔당수 등 지도부가 대거 참여,조기총선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정치게임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3월초부터 본격화된 동독시위는 처음부터 노조를 기반으로 한 사민당 등 야당세력의 영향이 작용해 왔다. 그리고 콜 총리의 집권연합측은 의도적으로 무관심한 듯한 자세를 취해 왔다.
이는 일차적으로 본격적인 정치쟁점화를 피하려는 의도였고 그 배경에는 동독시위가 동독재건지원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지난주 「월요데모」에서 콜 총리 퇴진구호가 거세지자 집권연합측은 『노조와 정당세력이 데모를 격화시키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야당의 「정치게임이용」을 비난했다. 바이겔 재무장관은 『49년 이래 가장 어려운 해인 91년을 잘 넘겨야 한다』며 『시위사태는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마이어 독일 노조연합의장이 야당세력을 대변,동독경제위기를 초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현 기민·기사집권연합과 야당사민당의 대연정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논쟁은 사민당의 실질적 리더인 엔고를 차기당수 지명자가 22일 조기총선을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본격 정쟁으로 비화됐다.
그는 『현상황은 대연정이 필요한 국가적 위기가 아니라 콜 정부의 실책과 무능 때문』이라며 정부교체를 위한 의회선거를 주장했다.
통일의회선거에서 동독지역에서 참패했던 사민당은 동독유권자들이 급속히 집권연합으로부터 「이반」하고 있는 상황을 지지기반확대의 호기로 보고 적극정치공세를 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정당간 논쟁에 대해 슈피겔지는 『동독인들은 정부의 지원부족을 항의하고 있고 서독인들은 비용부담증가와 「감사할 줄 모르는 동독인들」에게 반발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진정한 통일이 이뤄지지 않은 채 동·서간 대결의 위험마저 있으나 이를 해결할 묘책이 없다』고 진단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지는 『대연정이나 총선이 동독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문제는 아직 쓰지 못한 고단위 치료약을 어떻게 서독기업과 납세자들로부터 끌어내느냐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콜 총리의 「느긋한」 대응자세다. 그는 지난해 총선 이후 한차례도 동독지역을 찾지 않은 채 동독주민들의 거센반발을 직접 무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묄레만 경제장관 등을 통해 『임금인상은 동독기업의 경쟁력을 감퇴시킬 뿐』이라며 시위를 좌시해 왔다. 야당의 공세에도 『동독주민들의 불안과 좌절을 누구도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3∼5년내에 동독 생활수준은 서독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조기총선 주장마저 나오고 있던 24일 2주일간의 부활절 휴가를 위해 오스트리아 온천장으로 떠났다.
그러나 콜 총리는 시위사태 속에서 이른바 「고단위치료약」을 적지 않게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콜 총리는 지난주 수개월 만에 기업대표들과 회동,동독경제재건을 위한 적극적 협조약속을 받아냈다. 스틸 독일기업연합회장은 25일 내년도에 7백억마르크를 동독지역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EC(유럽공동체)도 이날 62억마르크의 대동독 재건자금지원을 결정했다.
콜 총리는 부활절 휴가가 끝나면 동독지역을 순방할 예정이다. 「정치게임의 천재」로 불리는 콜이 동독주민들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느냐가 그의 느긋했던 자세와 관련,주목되고 있다.<베를린=강병태 특파원>베를린=강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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