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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폭리 근성(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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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폭리 근성(사설)

입력
199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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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들의 폭리근성은 가공하다. 기업은 그들이 투자한 자본,노력,모험의 대가로 이윤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이 권리가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공산주의와의 70년간의 이념대결에서 승리한 요체가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자본주의체제의 생명력인 이 이윤추구의 권리를 크게 오해하고 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의 정신으로 착각하고 있다. 한심스럽게 생각되면서도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것은 한국의 경제를 대표하는 삼성·현대·대우·럭키·금성·효성·코오롱 등 재벌그룹의 계열기업들이 매점매석의 폭리적 기업관행에서 아직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매점매석에 의한 폭리는 반사회적 영리행위다. 어느 사회이든 매점매석은 경제사범으로 규탄되고 있다. 매점매석만 아니라 독과점도 제한경쟁에서 오는 부당이익을 최대한 축소시키기 위해 그 규제법이 제정돼 있다. 경제기획원이 25일 명태,고등어,오징어 등 대량소비 수산물에 대한 재벌기업들의 매점매석 실태를 조사,폭리혐의가 드러나는 경우 세금추징,고발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로 한 것은 적절하고 정당한 조치다.

기획원에 따르면 재벌그룹의 종합상사들은 풍부한 자금력을 동원,어선들에 출어자금을 제공,그 대가로 어획수산물을 독점매입하여 냉동창고에 보관한 뒤 어획기가 지나 물량이 품귀,가격이 폭등하기를 기다려 출고하여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어로자금의 선대,공급시기의 조절 등은 수협 등 정부기관의 미약한 지원을 보완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조작에 의한 폭리다. 수산물은 물량이 제한돼 있어 재벌기업들의 자금력으로 대풍어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점매석이 용이하다. 이들은 생산,유통,판매까지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이들의 유통체계 지배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다같이 불이익을 갖다준다. 농수산물의 경우 유통마진이 큰 것은 부패하기 쉽고 보관이 어렵거나 보관료가 비싸지는 등 상품의 특이성에서 오는 것도 있으나 유통업자의 독과점 폭리가 주요한 원인이다.

이번의 경우에도 재벌그룹들의 독과점 횡포가 여실히 드러났다. 명태의 경우 상품 한 마리가 지난해말 6백89원에서 2월말 현재 1천5백원으로 2개월 사이에 45.8%가 폭등했는데도 지난 10일 현재 대우,현대,코오롱,효성,럭키·금성 등의 재벌상사들이 물량을 상당히 확보해놓고도 출하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에 따르면 특히 대우는 지난 2월말 명태 보유량이 1천7백40톤이었으나 최근에는 약 3천톤으로 부쩍 늘렸다. 재벌기업들의 보유총량은 명태,고등어,오징어 등 3대 어종의 경우 전체 재고량의 10 내지 20%로 가격을 조작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한다. 재벌들이 더 잘 알다시피 올해는 인플레의 위협이 심각하다. 농수산물이 공공요금,서비스요금과 함께 물가를 선도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2월말 현재 3.5%,3월말 5% 육박이 예상된다. 재벌기업은 누구보다 먼저 물가안정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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