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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쿠르드족 독립 이룰까/한국인 근로자 억류 계기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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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쿠르드족 독립 이룰까/한국인 근로자 억류 계기로 보면

입력
199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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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밀집 「이」 포기 못해/미도 분할 불허용 천명/무장투쟁 가속화 불구 가능성 희박지난주 이라크 북부의 유전도시 키르쿠크에서 일어난 한국인 근로자 5명의 강제억류 사건을 계기로 중동의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독립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걸프전 정전 이후 이라크 남부는 회교시아파 반군에 장악되고 있고 이라크 북부는 쿠르드족이 패전으로 발생한 이라크내 힘의 진공상태를 독립의 호기로 판단,무장투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쿠르드족 반군은 이미 북부 쿠르디스탄지역의 95%와 타만주 전지역 및 아르빌주의 80%를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르드족의 무장투쟁은 지난 16일 후세인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의 상당부분을 쿠르드 반군문제에 할애하면서 쿠르드족이 이라크 국민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무마해야 할 만큼 후세인 정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

쿠르드족의 이같은 독립투쟁은 어제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라 20세기초부터 배태되어온 중동의 민족문제이다.

고대 아리아계통의 종족인 쿠르드족은 선사시대부터 이란과 소련의 국경 부근 아라라트산 북서쪽에서 티그리스강의 지류인 디얄라강 유역에 이르는 8만㎢의 쿠르디스탄지역에서 살아왔으며 중세에는 아라비아인의 지배를 받았다.

11∼12세기에는 자립해 아아유브왕조를 이루기도 했으나 16세기초 오스만 터키제국에 정복됐으며 17세기에는 오스만터키와 이란에 분할편입된 데 이어 20세기에 들어와 이라크가 오스만 터키로부터 분리됨에 따라 이라크령으로 분속되었다.

이후 쿠르드족은 20세기 초반부터 민족의식에 눈뜨게 돼 끊임없이 독립투쟁을 계속해왔으나 번번이 강대국의 배반으로 독립이 무산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오스만 터키제국의 해체를 가져온 1920년 세브르조약에서 쿠르드족 독립을 약속했으나 이 약속을 끝내 지키지 않았다.

2차대전중에는 이란내 쿠르디스탄지역에 「쿠르드공화국」 수립을 선포했으나 점령 소련군의 철수로 꿈은 깨졌으며 70년대 이란의 팔레비왕은 쿠르드족을 지지했지만 이라크가 샤트 알 아랍 수로를 이란과 공유키로 하자 이를 철회했다.

걸프전후 쿠르드족은 또다시 독립에의 열망을 불태우며 싸움을 시작했다. 남부의 시아파 회교도가 반후세인 시위에 나섰을 때 쿠르드애국연맹(PUK)의 지하방송인 「쿠르드 인민의 소리」 방송은 지체없이 쿠르드 전사들의 무장을 촉구하면서 『쿠르디스탄지역의 민중혁명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터키계 쿠르드족 게릴라조직인 쿠르드노동당(PKK)도 이라크내 쿠르드족 반군을 지지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쿠르드족의 독립이 쉽사리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쿠르드족 독립문제와 관련,터키의 외잘 대통령은 이라크내 쿠르드족과 터키계 주민들로 자치정부를 수립,이라크와 「연방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터키의 속셈은 이라크 북부의 유전지대인 모술과 키르쿠크지역에 대한 영향력 회복에 있기 때문에 이 구상이 쿠르드족의 독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시리아나 이란도 이라크내 쿠르드족 자치주 설치는 터키의 세력권을 확대시켜준다는 이유로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며 미국도 이라크의 분할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터키의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PUK와 함께 반후세인 소요를 이끌고 있는 쿠르드민주당(KDP)의 지도자 마수드·바르자니도 최근 인터뷰에서 『이라크내 쿠르드족은 현재 몰살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재래식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또한 후세인 몰락 이후 이라크내에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라도 광활한 유전지대를 끼고 있는 쿠르디스탄지역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쿠르드족은 현재 터키에 5백만명 내외를 비롯,이란에 5백만명,이라크에 3백50만명,시리아에 60만명 등이 흩어져 살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쿠르드족들은 자신들의 독립국가 수립이 단지 희망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4개 국가에 분산된 쿠르디스탄지역이 통일될 때까지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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