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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원 줄기마다 공해공단 난립(죽어가는 낙동강: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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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원 줄기마다 공해공단 난립(죽어가는 낙동강:5)

입력
199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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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성 섬유·염색공장 밀집/공장내 처리장은 눈가림용/공단별 시설도 “비용 많이 든다” 외면낙동강 발원지인 태백시 일대에는 탄광과 시멘트공장 등이 밀집해 있다. 중류로 내려가면 구미의 수출산업공단,대구의 비산 염색공단·제3공단·서대구공단 등 대규모 공단들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다.

상수원으로 쓰이는 강의 중상류에 공단을 조성한 것부터가 환경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처사다.

구미·대구지역의 대규모 공단조성을 3공 당시에는 「대통령의 고향에 대한 배려」로 인식했을 정도이니 당시 정부의 환경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당시 구미공단을 만든 사람들은 「공해없는 공단」이라고 자랑스레 떠들어댔었다. 굴뚝에서 시커먼 연기가 나오는 정도를 공해로 알던 시절이다.

공단의 입주업체 선정도 환경문제는 완전히 외면한 채 이루어졌다. 지난 71년 한국전자공업공단으로 출발한 뒤 74년 수출산업공단으로 개편된 구미공단은 공해방지를 위해 전자공업 중심으로 운영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현재 입주업체 중 전자업체는 1백50곳이고 공해를 심하게 유발하는 섬유·화학·목재 등 기타업체가 1백83개나 된다.

대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68년 준공된 제3공단에는 모두 1백70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그중 염색업체가 75곳,기계부품 43곳,금속주물 18곳 등 공해유발업체가 대부분이다.

해마다 공해배출부과금 순위 1·2위를 다투는 비산 염색공단은 공해가 심한 염색업체를 현대화하고 폐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취지로 지난 80년 완공됐다. 이왕 염색업체를 집단화할 바에야 강하류층으로 입지선택을 신중하게 했더라면 낙동강 오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강 중상류에 들어선 대규모 공단의 폐수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구미공단의 경우 1단지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하루 8만톤. 공장자체의 처리시설에서 대충 처리된 뒤 구미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든다.

이곳의 처리용량은 하루 12만톤,생활하수 3만톤까지 합쳐 어느 정도 감당할 수는 있지만 독성이 강한 공장폐수를 완벽하게 정화하기란 불가능하다.

게다가 2단지에서 쏟아지는 하루 3만톤의 폐수는 하수처리장조차 거치지 않고 낙동강으로 그대로 흘러든다. 예정대로 내년말에 3단지가 완공되면 처리되지 않고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공장폐수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환경처 관계자들은 공장폐수를 제대로 처리하려면 먼저 공장에서 자체처리한 뒤 공단의 폐수를 공동으로 모아 처리하는 공단폐수종말처리장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하수종말처리장을 통과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공장별 자체폐수 처리시설은 공장건설 때 함께 갖추도록 의무화한 상태. 하지만 시설이 있더라도 이번 두산전자의 경우처럼 무단 방류 또는 비밀배출이 다반사이다.

공단별로 자체폐수처리장을 갖추면 한결 수질오염을 줄일 수 있다. 전국의 49개 공단 중 이를 갖추고 있는 곳은 여천·이리공단 등 6곳뿐이다. 그나마 건설비용도 국고에서 부담하는 게 보통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국고예산을 쪼개 하수처리장과 공단폐수처리장까지 만들어야 하므로 폐수를 제대로 처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환경전문가들은 공단조성 때 공단자체의 폐수종말처리장을 입주업체들이 비용을 분담해 의무적으로 건설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공단안에 각양각색의 입주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폐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폐수의 성분이 다양하기 때문에 시설비가 많이 들고 처리효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폐·하수를 최종처리해 강으로 흘려보내는 하수처리장의 부족도 오염을 심화시킨다.

하수처리장을 늘리려해도 막대한 예산이 드는데다 다른 사업에 밀려 건설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대구의 경우 4년 전에 완공된 현재의 하수처리장만으로는 용량이 부족해 지난 87년부터 제2신천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있다. 96년까지 총 9백92억원의 예산을 세워놓고 올해는 2백56억원을 투입하도록 예정돼 있으나 이중 1백86억원만 확보되고 나머지 80억원은 지하철공사 등 다른 사업 때문에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올해 3월까지 계획공정은 60%이나 55%에 그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듯이 공장폐수는 수질오염의 주범이다. 독성의 정도도 훨씬 심할 뿐더러 그 속에 함유된 각종 중금속,페놀을 비롯한 유해물질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

하지만 환경처 등 행정당국은 수질오염의 책임을 상당부문 국민에게 떠넘긴다. 전체 폐·하수 발생량 중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하수가 70%를 차지한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오염의 정도나 유해성 등은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식수오염사건이 날 때마다 국민들이 물을 더럽혀 놓고 정부만 탓한다고 되레 불평한다. 이런 인식 때문에 대책으로 내놓는 것이 하수처리장의 증설·환경행정의 일원화 등이 고작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통렬하게 공박한다. 공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인 70년대초까지만 해도 한강의 광나루나 뚝섬이 시민들의 휴식처였다는 사실이나 이번 사건에서처럼 페놀 등 유해물질이 암을 일으키고 미나마타병처럼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정부의 인식전환을 촉구한다.

공해추방운동연합 최열 공동의장은 『이번 사건을 겪고도 정부가 수질오염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린다면 환경보호의지가 없음을 자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이제부터라도 공해업소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폐수배출 허용기준을 엄격하게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공해 산업중심의 산업구조 재편,환경을 우선하는 공단건설 등 산업정책 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원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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