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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선 먹기커녕 물놀이도 못해(죽어가는 낙동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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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선 먹기커녕 물놀이도 못해(죽어가는 낙동강:4)

입력
1991.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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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금까진 남강 등 폐수 총집합/취수장 부근에도 각종 공장들/당국의 철저한 무관심·방관 속에 점점 중증으로【부산=박상준 기자】 낙동강물은 부산 경남지역 주민들에게 「생명의 젖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폐수강물로 변해버렸다.

낙동강은 구미·대구 등 중상류지역의 공단에서 배출되는 각종 유독성 폐수와 생활하수,수많은 농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축산폐수까지 뒤섞여 상수원은 물론 농업용수로도 부적합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낙동강 정화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당국의 형식적인 단속과 엉성한 관리로 폐수나 다름없는 강물을 식수로 마시는 하류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상류 공단의 폐수로 검붉게 된 낙동강은 대구권을 벗어나면 잠시 한숨을 돌린다. 경북 고령을 지나 굽이치면서 자정의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하지만 남강과 합류하는 경남 창령군 남지에 이르면 다시 홍역을 앓아야 한다. 남강상류의 진주 상평공단에서 토해내는 공장폐수와 인근 농가의 축산폐수로 악취가 코를 찌르는 먹물빛 탁류로 변하고 마는 것이다.

마산·창원지역의 상수원인 남강하류의 함안군 칠서취수장은 대구에서 강길로 96.3㎞나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대구에서 페놀소동이 벌어진 이틀 후인 지난 18일 이곳의 원수에서도 0.005PPM의 페놀이 검출됐다.

강물은 남지에서 다시 동으로 방향을 틀어 밀양군 삼량진에 이르면 밀양농공단지의 폐수로 찌든 밀양천과 뒤섞인다. 유독물질에 오염된 강물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부산을 향한다. 삼량진에서 부산의 취수장인 김해군 매리까지는 겨우 16.7㎞. 오염물을 자정하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다.

밀양천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잉어·붕어·메기 등 민물고기가 풍부하게 서식하던 곳이다. 그러나 이제는 물고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밀양의 명물이던 은어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부산에서 강물이 가두어지는 김해군 상동면 매리취수장과 양산군 물금면 물금취수장까지 가면서 오염은 극에 달한다.

물금취수장에서 강 건너 쪽으로 2백여 m 떨어진 곳에는 유림기계·한성 PB산업사 등 3∼4개 공장이,매리 1교 위쪽 개천 상류에는 한국카니발·남성정밀 등이 들어서 있다.

물금취수장의 수질은 전국에서 최악의 수준이다. 연중절반 가량은 상수원으로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수산대 박청길 교수가 89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수질을 측정한 결과 3급수까지 떨어졌다.

팔당이나 대청물이 1∼2급수를 오르내리는 것과 비교하면 물금의 중증을 알 수 있다. 부산시 상수도본부 조사에서도 지난해 2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이 5.5PPM까지 올라갔다. 농업용수기준(8PPM)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오염도는 더욱 심각한다. 물금에서 45년을 살아온 이문광 할머니(74)는 『10년 전만 해도 강물을 길어다 먹었다』며 『이제는 식수는커녕 아이들이 물놀이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강의 오염으로 물고기가 사라지는 바람에 이곳 주민들의 생활상까지 변했다.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하던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이나 상업으로 직업을 바꿨다. 강변에 들어선 5∼6곳의 횟집들도 외지에서 향어·민물장어 등을 사다 장사를 한다.

공장폐수뿐 아니라 당국의 졸속행정과 주민의 무관심도 낙동강을 병들게 하는 원인이다.

김해군은 상동면 소감부락 골짜기에 골재채취와 골프장건설 허가까지 내주었다. 강변 곳곳에서 각종 건축공사가 진행되어도 당국은 취수장 관리를 위한 건축규제는커녕 폐수유입을 수수방관한다.

한강 등 수도권만 해도 정부가 발벗고 나서 대책을 세우고 주민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이곳은 철저한 무관심 속에 내버려져 있다. 환경처는 팔당·대청에 이어 물금지역 6백㎢를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하려다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지난 18일 전면백지화했다. 팔당의 경우처럼 인근 주민들에게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

낙동강의 유수량 부족도 오염을 부채질한다. 현재의 오염부하량 상태에서 2급수 수질을 유지하려면 초당 1백3톤의 물이 흘러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수량과 유속이 가능한 날은 연간 69일 정도에 불과하다.

갈수기에는 초당 27톤에 불과해 물흐름에 의한 자정력은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87년 건설된 낙동강 하구둑은 「환경무지」를 드러낸 사례이다. 홍수예방과 용수확보라는 차원에서 건설됐지만 강물의 흐름을 막아 상류 60㎞ 지점인 밀양 수산교까지 저수지로 변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갈수기에는 물이 누렇게 썩는 부영양화현상이 극심해진다.

유난히 공단이 많은 낙동강 수계는 하루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영원히 죽음의 강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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