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공단등서 먹물빛 유입/생활하수도 겹쳐 “속수무책”/접근조차 어려운 악취의 썩은 물이 낙동강으로【대구=신윤석 기자】 대구 서구 비산동 대구시 위생처리장 관리소 앞 공장천(샛강)의 공장폐수와 달서천의 생활하수가 뒤엉켜 각종 생화학작용을 일으키며 금호강으로 유입되는 지점은 이미 물이 아니라 독극물이 흐르는 것 같다. 숨을 막는 악취는 독기운까지 띠고 있다.
금호강은 파호동 어귀에서 낙동강으로 합쳐진다.
금호강과 공장천 달서천이 형성하는 「페수의 삼각지대」 바로 위에 달서천 하수종말처리장이 있다.
공장천과 달서천의 공장폐수 12만톤 생활하수 13만톤 등 하루 25만톤을 처리하는 이 대구 유일의 하수처리장이 가동된 것은 불과 4년 전인 87년초.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물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무려 2백PPM이고 처리과정을 거쳐져 30PPM에 달한다.
처리장내 최초 침전지에 끌어들인 공장폐수는 황토색에 가까운 생활하수와는 전혀 다른 먹물빛이다.
검다는 표현도 맞지 않는 이 물이 바로 공장천을 따라 흘러온 염색공단과 3공단의 공장폐수다.
하수처리장 구본대 사업소장(54)은 『생물학적 처리를 하는 생활하수는 공장폐수와 섞이면 처리가 어려워진다』며 『중금속은 처리과정을 거쳐도 제거가 안 된다』고 밝혔다.
염색공단은 하수처리장 위쪽 공장천과 달서천 사이 78만9천㎡(23만9천평) 부지에 1백11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지난 80년 염색가공업의 현대화·수출 및 고용증대·공해방지의 효율화 등을 목표로 설립된 이 공단은 공장천 상류에 붙어 있는 3공단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질오염 적발 건수를 기록해왔다.
공장천을 사이에 두고 하수처리장과 마주보고 있는 염색공단 종합폐수처리장으로 매일 6만8천톤씩 들어오는 폐수의 BOD는 1천6백PPM이고 처리를 거쳐도 1백PPM이다.
폐수처리장을 거친 폐수 중 일부는 다시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폐수처리장 바로 위 공장천엔 먹물이 흐르고 흰 거품까지 떠 있다.
종합처리장이 없고 사업장별로 자체정화처리를 하는 3공단에서 내려온 물이다.
나뭇가지로 개천바닥을 쑤셔보면 역한 냄새와 함께 폐비닐 플라스틱 각종 깡통이 걸려나온다. 개천바닥은 폐수찌꺼기가 쌓이고 쌓인 뻘이다.
천변엔 노란색과 하늘색 염료를 그대로 쏟아버린 흔적이 페인트자국처럼 선명하다.
드럼통에 든 성분을 알 수 없는 물을 개천에 쏟아붓다가 취재팀을 발견하고 황급히 공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목격됐다.
공장 종업원들끼리 『환경처 단속반이 돌아다닌다면서』하는 수군거림도 들려오고 환경순찰차가 지나가기도 한다.
폐수처리장 시험계 직원 장철하씨(27)는 『수질환경보전법이 강화되고 단속보다 지속적 지도가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기업주들의 의식변화가 없이는 아무일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염색공단은 단일폐수라 그래도 종합처리장을 만들어 처리하지만 복합폐수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도 했다.
직접 만나본 공장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우리 폐수는 색깔만 검지 별로 위험하지 않다』며 『폐수에 남은 염료찌꺼기도 낙동강을 타고 가면서 자연 정화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다 망쳐놓은 낙동강의 정화능력을 아직도 믿고 있는 듯 태평스럽다.
과거 생활하수만 흐르던 달서천 쪽도 지난 88년 확장단지가 들어서면서 공장폐수 유입량이 늘고 있다.
제2폐수 처리장이 함께 건립되기는 했지만 폐수처리장의 기능을 신뢰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
군데군데 복개가 된 공장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북구 노원동 일대에 1백만㎡(33만평) 규모의 대구 3공단이 나온다.
지난 68년 단지가 준공돼 현재 염색 75,기계부품 43,금속주물 18개 업체 등 모두 1백70개 업체가 입주,각양각색의 폐수를 자체 처리하는 3공단은 군소업체가 많아 요주의 감시대상이다.
그러나 명분은 그럴 듯하게 「대구시내에 산재해 있는 경공업 제조업체를 집단화,도시 공해방지와 도시환경을 목적으로 조성됐다」는 것이다.
공해방지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공업단지들이 하나같이 수질오염의 주범이 돼 버린 셈이다.
3공단 중앙의 천변에 있는 식당주인 이 모씨(41·여)는 『여름이면 악취 때문에 장사를 못 할 지경』이라며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 빠지기라도 하면 1주일 씻겨도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3공단 위로는 대구시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최대의 생활하수천인 신천이 또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금호강으로 유입되는 대구의 5개 지천 중 하수처리장이 있는 것은 달서천뿐이고 신천 하수처리장은 아직도 공사가 진행중이다.
경북 영천에서 발원해 대구시내를 동서로 관통하는 금호강은 자연히 가장 완벽하게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로 오염된 강이다.
1천여 개 공장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오는 폐수에 2백30만 대구시민이 버린 생활하수는 대구의 젖줄이던 이 강을 학술적으로 되살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만들어버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떼죽음할 고기가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죽을 고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금호강은 폐수와 하수로 가득찬 지천들을 받아들인 뒤 구미공단 폐수를 싣고 내려온 낙동강 본류 오염에 결정타를 가하고 있다.
구미 폐수는 대구시민이 마시고 대구 폐수는 부산시민이 마시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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