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중용해 소요진정·이란개입 차단 노려/아지즈부총리 기용은 외교실패 문책일 수도사둔·하마디 부총리와 타리크·아지즈 외무장관을 각각 총리,부총리로 임명한 이라크의 이번 내각개편은 걸프전 종전 후 격화되고 있는 반정부 소요를 진정시키면서 동시에 권좌유지마저 위태로운 사담·후세인 대통령의 통치기반도 함께 다지려는 예상된 조각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하마디 부총리가 내각수반으로 발탁된 배경에는 그가 후세인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 유일하게 시아파 회교도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1천8백만 이라크 인구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시아파는 그 동안 인구의 25%에 불과한 수니파로부터 모진 탄압을 받아왔다. 현재 쿠르드족 반군과 함께 이라크의 반정부 소요를 주도하고 있는 이슬람최고혁명회의(SAIRI)는 바로 이라크 인구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시아파 회교단체다.
이들 이라크내 시아파 회교도들은 비록 군사적인 면,특히 조직과 무기면에서 쿠르드족 반군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8년전쟁을 치른 이웃 시아파 회교도국가 이란과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후세인 정권에 가장 위협적인 잠재세력으로 꼽혀왔었다.
따라서 하마디 부총리의 총리 임명은 시아파 회교도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이들에 대한 이란의 원격조종을 봉쇄하려는 후세인 대통령의 어려운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걸프전쟁 중 하마디 당시 부총리는 이란을 방문,이라크 공군기들의 탈출문제를 해결하고 이란의 중립약속을 얻어내는 등 대이란 창구역할을 도맡아 했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분석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한편,타리크·아지즈 외무장관이 외무일선에서 물러나는 대신 부총리에 기용된 것에 대해선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그의 외무장관직 해임을 쿠웨이트 침공 후 아랍권의 일치된 지지확보 실패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아지즈가 전쟁기간 동안 이라크의 휴전외교 실무자로 모스크바를 오가며 휴전을 이끌어낸 사실에 주목하는 관측통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곧 그가 사실상 이라크의 후원자역을 맡아온 크렘린궁으로부터 상당한 신뢰한 점수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그의 대소련 창구역할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아지즈는 서방으로부터도 강경론자 일색인 현 이라크 집권바트당내 지도부내에선 보기 드물게 「말이 통하는 인물」로 평가돼 왔다는 점에서 새로 짜여진 이라크 내각의 온건 이미지를 상징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아지즈가 이라크내에선 극소수인 비스토리안종파의 기독교도이면서 국내의 테크노크래트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내외의 신망을 두루 쌓으면서도 독자적인 세력구축보다는 노회한 정치감각으로 후세인의 정권유지를 보좌해온 충실한 참모형 정책실무자인 아지즈의 부총리 기용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하마디 신임 총리의 독주를 견제하고 후세인 정권의 안정을 기하려는 다목적용으로 풀이될 수 있다.<김현수 기자>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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