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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기권패로 끝난 「5·8대책」 법정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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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기권패로 끝난 「5·8대책」 법정싸움

입력
1991.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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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정부 상대는 역시 역부족”/처음엔 단순송사로 생각 일 커지자 당황/“괘씸” 정부분위기 경화 세무조사등 우려정부와 재벌간의 「5·8대책」 법정싸움이 재벌의 기권패로 일단락됐다.

지난 4일 건설중인 용인골프장 부지 73만평의 비업무용 판정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며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던 금호그룹이 소송제기 17일 만에,그리고 소송사실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소송을 스스로 취하한 것.

이에 따라 관심을 모았던 5·8대책의 법적 정당성 판가름 작업은 법정에 가기도 전에 무산되고 말았다.

금호그룹의 「소송제기­취하」 사실을 놓고 재계 주변에선 그 절차와 사연에 대한 궁금증은 별도로 하고 취하결과에 대해 역시 역부족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덩치 큰 10대 재벌들조차도 소송제기 이후의 뒷감당이 어려운 판에 자산순위 17위인 금호로서는 소송을 밀고나가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재계 한쪽에서는 『금호가 괜히 뒷감당도 못할 일을 벌여놓았던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호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일을 얼떨결에 저지른 불상사 쯤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광주고속으로서는 이번 소송제기를 단순히 억울한 일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일반송사 정도로 생각했으며 거시적으로 5·8부동산대책을 놓고 정부와 재계가 한판승부를 벌이게 되는 실질적 계기라고까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명백해 보인다.

소송사실이 밝혀진 지난 19일 이후 금호측이 반복해서 박성용 회장이 출장중이어서 소송제기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또한 소송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회장비서실측이 광주고속 실무자들에 대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너무 모른다며 당장 인사조치를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이미 공정이 75%나 진행된 용인골프장사업을 완결해야 하는 광주고속의 상황이 절박하기는 하나 소송의 대상부동산이 공장 등 제조업 생산시설도 아니고 재벌 부동산투기의 상징으로 돼 있는 골프장 부지라는 사실도 금호의 자신감을 앗아갔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5·8부동산대책이 다소 무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심 인정하면서도 설마 기업들이 법정소송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하리라고까지 생각지는 않고 있던 정부는 금호의 소송사실이 알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즉각적인 비공식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도 역시 문제의 비업무용 부동산이 생산시설이 아니라 골프장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노기를 띤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경우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직접적인 대응수단은 자금중단과 세무조사. 20일 저녁 정부내의 분위기가 매우 험악하게 돌아간다는 낌새만으로도 금호의 소송은 취하되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재벌 중에서 아직껏 자금을 비롯한 기업경영에서 정부로부터 완전한 자립성을 확보한 데는 없기 때문이다.

5·8대책의 법적 정당성에 대한 이번의 재벌 기권패는 소송에 이길 수 없다는 근거가 나왔기 때문이 아니다. 재판의 본래적인 승패여부를 떠나 법외적인 측면에서 소송을 지탱해나가기에는 재벌 자신들에게 적지 않은 취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5·8부동산대책을 둘러싼 소송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재벌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판정내역이 발표된 이후 계속 거론돼왔다.

그러나 이번 금호사태로 다른 기업들의 법정소송도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려워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덩치 큰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재벌들 중에서 대성과 한진그룹은 은행대출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이 사실상 없는 상태이며 현대는 당초 역삼동 사옥부지를 환매조건부로 토개공에서 샀다가 기한이 지나버렸기 때문에 토개공과의 별도 송사를 통해 해결될 전망이다.

롯데 역시 은행대출금을 줄이며 내년도의 국세청 판정에 다시 기대를 걸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금호사태를 통해 정부의 5·8대책은 오히려 시끌벅적한 분란없이 끝마무리를 할 수 있는 기반만을 더욱 굳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홍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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