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눈앞의 이익만 노려/원 절상 땐 백% 이상 반영한국은행은 21일 국내 수출기업들이 가격조정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관리에 사실상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이 같은 해외시장의 관리실패는 국내 수출상품의 입지를 더욱 악화시켜 수출부진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가격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해외시장 관리수단은 환율의 변동에 따라 원화절하가 발생하면 그에 맞춰 기민하게 수출상품의 가격을 내리고 반대로 원화절상이 발생하면 되도록 가격인상을 늦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거나 종전대로 유지하는 것.
이와 같은 해외시장 관리원칙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들은 시장점유율 유지에는 착안치 못하고 당장의 이윤 극대화에만 급급,원칙과는 정반대로 원절하에 의해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하면 가격을 내리지 않고 절상에 의해 인상요인이 조금만 발생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가격을 올려 손실을 보전하려 한 것으로 지적됐다.(도표 참조)
이러한 진단은 한은이 80년대 환율변동과 수출가격간의 상관관계를 분석,이날 발표한 「환율변동이 수출가격 및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에서 제기됐다.
논문에 따르면 원화절하기인 80년초부터 85년말까지 원절하율은 45.7%를 기록,국내 수출기업들은 엄청난 가격인하 여지를 갖고 있었으나 실제로 이 기간중의 수출단가는 5.4%만이 인하돼 인하요인이 실제 가격인하로 연결된 반영율은 11.8%였다. 인하요인 중 극히 일부분만이 반영되고 나머지는 기업들이 이익으로 챙긴 것이다.
반면에 원절상기인 86년초부터 89년 2·4분기까지 원화는 33.7%나 절상돼 적지 않은 가격인상 요인이 생겼다. 그러나 이 기간중의 수출단가는 무려 43.0%가 올라 인상압력 반영율이 1백27.6%에 달했다. 국내 기업들은 적정수지를 맞추기 위한 것 이상으로 수출상품의 가격을 올렸고 이것이 해외시장기반을 급속히 약화시켜 간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국내기업들의 대응방식은 특히 86년 이후 엔강세기조 아래서 일본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의 지속적 확보를 위해 엔절상에 의한 가격상승 압력 속에서도 수출단가를 인정하지 않고 버텼던 것과는 크게 대조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당장의 이윤보다는 시장점유율을 택한 데 비해 국내기업들은 시장점유율보다 당장의 이윤을 추구했다는 지적이다.<홍선근 기자>홍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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