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승용차의 10부제 운행이 폐지되면서 교통체증이 심해지자 짜증을 내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10부제가 실시될 당시에는 서울 시내 등의 교통이 시원하게 소통이 잘 되었던 게 사실이다. 심한 정체현상에 시달려온 시민들은 걸프전쟁 덕분에 기름도 절약되고 도로소통도 원활해졌다고 좋아하는 모습이 역연했다.시민들의 반기는 모습을 보고 정부도 모처럼 큰 일을 했다고 기분이 좋았던지 「전쟁이 끝나더라도 10부제는 계속 실시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도 정부도 꿩먹고 알먹는 식이라고 모두들 좋아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생각들이 슬슬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열흘중 하루 자기 자동차를 타지 못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일부 국민의 불만스런 여론을 재빨리 탐지한 정부는 서둘러서 10부제를 해제하고 말았다.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폐지를 하고 보니 매일 매일이 불편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10부제로 제한했을 때에는 열흘에 하루만 불편함을 참으면 나머지 9일은 편하게 다닐 수 있었지만 폐지 이후에는 열흘 모두를 교통체증의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나날이 되어 버린 것이다. 「10중 10」의 불편보다 「10중 1」의 불편이 견디기에 나았다는 생각을 이제 와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잘못된 선택」을 원망하고 있다. 만일 10부제 실시여부를 시민투표에 부친다면 반대보다는 찬성이 압도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정부는 전쟁 후에도 계속 실시하겠다던 초지를 굽히고 말았을까. 10부제 실시에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일부는 생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부작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또한 일부 시민에게는 불편을 주었던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론의 대세는 분명 찬성 쪽이었다. 해제되고 난 뒤에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걸 보면 더욱 뚜렷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결점과 부작용을 보완해서 계속 밀고 나갔어야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우리 국민에게 부족한 인내력과 자제력을 기르는 국민적 캠페인으로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일부의 반대가 있더라도 전체 국민과 국가에 이익이 된다면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길 아닌가.
이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만 탓할 수는 없다. 우리 국민성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언제부터 하루라도 자가용 승용차를 타지 않으면 못 사는 국민이 되었는가. 자가용이 없는 서민은 어떻게 사는지 어려운 처지의 이웃들도 한 번쯤 생각해주면 안 되는가.
「고생을 더 해야 한다」는 개탄에 「아직 멀었다」는 자탄도 나오고 있고 「그 정부에 그 국민」이라는 자조의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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