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주변 영남 일대를 온통 식수공황으로 몰아넣은 수돗물소동의 배후엔 재벌이 도사리고 있었다. 구미·김천·대구지역의 수돗물서 악취가 진동하고 발암물질인 페놀의 성분이 환경기준치의 수십 배까지 검출된 것은 국내 굴지의 재벌인 두산그룹 산하 두산전자 구미공장서 지난 11월 이후 3백25톤의 페놀을 비밀배수구로 하천에 불법방류한 결과로 밝혀졌다고 한다. 사회공익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고 이재에만 급급한 재벌들의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기업활동이 지탄의 대상이 된 바는 한두 차례가 아니지만 이번 수돗물소동은 국민위생과 건강에 직결된 것이어서 충격이 엄청나고 파문이 크다.수원지의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하여 취수된 물이 다시 방류되고 두부,콩나물,식빵 등 주·부식 제품이 반품,폐기되고 시민들이 오염 안된 식수를 찾아 헤매는 등 수돗물소동의 진원지인 대구가 엄청난 공황에 말려들었지만 이같은 공황은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부산,마산,창원 등 하류지방으로 걷잡을 수 없이 파급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수돗물소동의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페놀을 불법방출한 두산전자측에 있는 것이지만 철저한 감시·감독으로 이를 사전에 예방치 못한 행정당국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다른 문제도 그러하지만 특히 공해문제는 발생 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며 사태발생 이후의 대응은 때늦은 사후약방문이나 다름없다. 수사결과 두산전자는 지난 5개월 동안 공단내에서 아무런 제지없이 불법행위를 계속하여온 것으로 밝혀졌으니 수돗물 오염소동은 행정당국이 감독과 감시만 제대로 하였더라면 얼마든지 사전예방과 조기발견이 가능한 것이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제조업체가 밀집한 공단내에서 유독물질 방류가 5개월씩이나 계속되었다는 사실은 공단내의 공해방지와 감시가 전무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공단은 공해유발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구미와 같이 내륙의 하천 상류지역 공단은 수질오염의 경우 피해가 큰만큼 개별공장의 철저감시·감독은 물론 하수처리시설의 완비 등으로 공장폐수 방류에 대해 2중의 제어장치를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전무했었다. 이같은 무방비로서는 두산전자 이외에도 유독물질의 불법방출업체가 구미공단내에나 전국에 얼마나 더 되는지 알 길이 없다. 문제가 된 수돗물의 페놀 성분도 악취가 심하다는 주민들의 항의가 잇달아 마지못해 정밀검사를 한 결과 검출된 것으로 당국이 처음부터 능동적으로 수질검사를 하여 찾아낸 것이 아니었다.
이번 식수공황은 한마디로 공해감시 소홀과 수질관리의 불철저에서 빚어진 것이었다. 이제까지 수돗물의 수질문제가 수없이 제기되었고 그때마다 당국은 수질개선대책을 요란스럽게 홍보하곤 했으나 그러한 수질개선대책이 수도요금 인상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도상연습에만 그쳤을 뿐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하겠다.
이번에도 조무라기 실무자 수 명의 구속에 그친다면 영남 일대를 뒤흔들고 전국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식수공황이 언제 또다시 재발될지 알 수 없는만큼 공해감시체제,수질관리제도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피해복구와 보상에도 공해유발자 부담원칙을 철저히 적용하여 재발을 막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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