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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동독지역 교통사고 “폭발적”(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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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동독지역 교통사고 “폭발적”(세계의 사회면)

입력
199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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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만 연 3천여명 75% 늘어/서독제등 1년새 90만대 구입/서투른 고성능 자동차 운전등 영향도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구동독지역에서 교통사고가 폭발적으로 증가,동독주민들에게 통일에 따른 「고통」을 더하고 있다.

최근 독일연방 통계처의 발표에 의하면 구동독지역에서는 지난 1년간 모두 8만5천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장벽붕괴 전인 89년보다 무려 77%가 증가했다. 이에 따른 부상자는 6만2천여 명으로 53%가 늘었으나 사망자는 3천1백여 명으로 75%가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폭은 구서독지역의 교통사고 건수가 0.6% 증가에 그치고,부상 및 사망자수는 각기 0.3%,1.1%씩 감소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동독지역의 이같은 폭발적인 교통사고 증가는 무엇보다도 자동차가 크게 늘어난 데 원인이 있다. 동독지역에서는 장벽붕괴 이후 서독제 승용차 구입붐이 일어 동독주민들은 1년 사이에 무려 90만대의 서독제를 비롯한 서방승용차를 구입했다. 이에 따라 승용차 숫자는 3백90만대에서 4백80만대로 늘었다.

여기에 국경붕괴에 따라 동독주민들의 서베를린과 서독지역 여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동독내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사고가 1백39%나 증가한 것은 동독인들의 서독행 장거리 여행이 급증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근본 원인과 함께 동독인들이 익숙치 않은 서독제 고성능 자동차를 갖게 된 것도 교통사고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동독주민들은 대부분 그 동안 트라반트와 바트부르크 등 배기량 1천㏄ 미만의 소형·저속승용차를 운전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세계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서독제 고속승용차를 몰게 되면서 「비극」이 양산되고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동독운전자들이 고속승용차에 익숙치 않은 데다 운전숙련도가 떨어지고 동독의 도로사정이 열악한 것도 교통사고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동독인들이 갑자기 통제체제 붕괴에 따른 「해방감」과,선망의 대상이던 서독제 승용차를 갖게 된 데 따른 「만족감」에 취해 무모하고 공격적인 운전을 일삼는 것이 더욱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벽붕괴 이후 동독경찰의 사회통제력은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여기에 주민들간에는 일종의 「축제의 해방감」이 만연,『사회전체가 나사가 풀린 듯한 분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모한 고속운전 경향이 만연된 상황에서 특히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시사주간 슈피겔지는 지난 1년 사이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 사망건수가 지역에 따라 2∼3배씩 늘어났다고 지적하면서 「무법천지 동부」를 개탄했다. 교통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은 특히 시야가 제한돼 있고,달리는 자동차에 대한 속도,거리감각이 부족,갑자기 변화한 교통환경에 적응치 못해 희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구동독 기민당 출신인 귄터·크라우제 교통장관은 『규제가 부족한 서독체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음주운전의 경우 동독에서는 무조건 처벌돼 왔으나 통일과 함께 서독의 「알코올농도 0.08㎜」 규정이 전면 적용되는 등 운전자에 대한 규제가 약화된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서독운전자들의 동독내에서의 난폭운전도 동독지역의 교통환경 악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서독 젊은이들은 우월감과 과시욕을 갖고 동독거리를 고성능차를 몰고 질주,완만한 주행 교통에 익숙해 있는 동독인들에게 위협감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실제,동베를린 거리를 지나다 보면 질주하는 서베를린 승용차에 동베를린 시민들이 결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교통사고를 내는 장면도 흔히 목격된다.

언론들은 자본주의 열기에 들떠 있는 일부 동독 젊은이들이 서독 젊은이들의 「질주운전」에 모방심리를 갖게 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분석하고 있다.<베를린=강병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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