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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의 데탕트(사설)

입력
1991.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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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노사 모두에게 「잔인한 계절」인 것 같다. 3∼4월의 정례적인 임금조정기를 앞두고 대부분의 기업에서 노사 사이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한국 경제가 대외경쟁력,소득의 재분배 등 안팎으로 전환기적 상황에 처해 있어 임금문제의 원만한 타결이 긴요하다. 정부측에서는 이에 대한 분위기조성을 위해 오늘 청와대에서 관계부처 장관,사용자·근로자 대표 및 각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노사관계 사회적 합의형성을 위한 협의회」를 갖는다.이 토론회는 근로자의 복지후생문제에 대한 노사 및 정부간의 원칙적인 이해의 일치를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이 대토론회에서 노사간에 어떠한 결론이 나올지 모르겠으나 투쟁과 대결보다는 타협과 협력이라는 노사의 데탕트(화해)정신을 구현하려는 것이 정부의 의도다. 문제는 노사양측 모두가 데탕트를 도출할 만큼 여유있는 상황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임금인상에 대한 노사 양측의 주장이 태평양을 사이에 둔 한미간의 거리 만큼이나 격차가 넓은 것이다. 한국 노총은 임금인상 17.5%에 상응하는 9만2천2백65원의 정액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 요구는 소비자물가 7% 억제,총 통화증가율 17% 이내 안정,주택 및 전·월세가격 5% 선 안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노총은 또한 최근 몇 년 사이에 주택비가 급상승,임금인상이 이를 쫓아가지 못해 생활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에 유의,주택비대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노사간에 주택복지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협정에 따라 주택기금을 조성,근로자에 전·월세를 보조하거나 값싼 이자로 대부해 주겠다는 것이다. 노총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에 근로자 1가구의 전·월세 상승은 평균 4백40만원인 데 비해 임금상승은 1백86만원으로 주택비로 2백54만원의 부채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정부가 4조에 상당하는 세계잉여금을 근로자의 주택난 해소 등에 전용할 것도 주장하고 있다.

노총의 주장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주택·아파트값의 상승과 이에 따른 전·월세의 폭등,또한 교통비 등 각종 서비스료 등 높은 인플레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사용자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 총협회측은 임금과 물가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기본전략 아래 임금·상여금·수당 등 인건비 총액이 경제성장 이내에서 조정돼야 하며 이 성장에는 자본기여도분이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가이드라인 아래 각 개별기업의 경영성과에 따라 임금수준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총의 가이드라인 대로라면 임금상승이 7%(91년 성장예채치)선 훨씬 이하가 된다.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 등으로 더 이상 고임금을 수용하기 어렵다.

현재 임금협상이 끝난 업체는 1백인 이상 업체 6천5백90개사 중 1백30개사 2%에 불과하다. 정부측에서는 근로자보다는 사용자 입장을 두둔,올해에도 임금을 한자리수내로 억제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올해에는 예견되는 물가고로 임금의 한자리수 억제가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묘책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장기파업 같은 공멸의 길만은 회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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