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상오 10시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쁘렝땅백화점 광장에서 열린 중구 태평로1가동 합동연설회는 예상대로 썰렁했다. 눈 비가 섞여 내리는 이상날씨에 열린 연설회의 청중은 고작 80여 명으로 선관위 직원 경관 보도진 선거운동원을 제외하면 순수유권자는 몇 명 안 될 정도였다.청중이 이처럼 적자 후보자 2명은 날씨 탓이라고 자위하면서도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양측 선거운동원들은 『어수선한 계모임 같다』고 자조적인 쓴웃음을 지으면서 연설 도중 간간이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쓰다가도 멋적어하곤 했다.
두 번째 후보가 등단했을 때에는 첫번째 후보와 선거운동원들까지 자리를 떠버려 연설회장은 이미 파장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한 표를 호소하는 후보의 고함만 안쓰러웠다.
이날 열린 다른 연설회장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각 선관위는 청중동원을 위해 주말에 연설회를 개최토록 배려하고 열심히 홍보도 했지만 1백명 이상이 모인 연설회는 많지 않았다.
날씨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풀뿌리민주주의」니 「민주주의의 기초교육장」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를 무색하게 하는 유권자들의 냉담한 태도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우선 수서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급작스럽게 선거를 강행한 정부의 속셈이 반감과 무관심을 촉발했다는 것이 대다수 유권자들의 지적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이 최고조에 이른 때에 각 정당이 당세확장을 노리고 발벗고 나서 흙탕물을 튀겨대고 후보자들도 대부분 당의 색깔을 띠고 나오는 상황에서 선거에 관심과 집착을 갖는다면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라고 유권자들은 강조한다. 그래서 「내 고장 내 일꾼」을 뽑는 선거에도 시들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신과 무관심은 앞으로 선거경험이 쌓이고 지자제에 익숙해지면 저절로 치유되겠지만 당장은 합동연설회가 활기없고 맥빠진 집회가 돼버리고 만 것이 아쉽다. 정치인들은 합동연설회를 통해 들려오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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