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TV연설서 지지 호소【모스크바 AP AFP=연합】 소련 연방의 존속여부에 대한 국민의 찬반의사를 묻는 국민투표가 리투아니아공화국을 비롯한 6개공화국에서 거부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7일 소련 전역의 각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그러나 국민투표의 실시를 거부하고 있는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에스토니아,아르메니아,그루지야 등 6개 공화국들 중 상당수 지역에 이미 투표소가 개설됐고 일부는 14일부터 투표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파벨·조브닌 사무국장은 이들 공화국에 모스크바 당국의 통제하에 있는 공장,군기지,러시아어 사용지역 등을 중심으로 이미 1천개 이상의 투표소가 설치됐다고 밝히고 이들 지역에서 국민투표가 예정보다 빨리 시작된 것은 투표소로 사용될 상당수의 공장들이 주말에 문을 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영 타스통신은 이들 6개 공화국 중 발트해 연안의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공화국,루마니아와 인접한 몰다비아공화국 등 3개 공화국에서 친모스크바 시의회들이 14일 아침 자체 투표소를 개설한 것으로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몰다비아의 경우 14일 상오 1천2백76명의 주민들이 이미 투표를 마친 한 투표소에 몰다비아 민족주의자들이 몰려와 이를 폐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종적 갈등으로 그루지야인들과 반목하고 있는 그루지야공화국내 아브카지야지구의 주민들은 공화국 정부의 투표 보이콧 요구에도 불구하고 장래 위상을 고려해 이번 투표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국민투표의 1차 집계결과는 며칠내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나 전국 각지의 투표결과를 종합한 최종 집계가 나오는데는 1주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하일·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이날 저녁 9시 소련 국영 TV의 저녁프로그램인 「브렘야」를 통해 국민들이 연방제를 지지하는 몰표를 던져줄 것을 호소했으며 보리스·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은 반대를 촉구하는 방송연설을 가졌다.
◎고르비의 「상처뿐인 승리」 될 듯/연방존속 통과돼도 차후 정국 예측 불허/반대표 많을 경우엔 고르비 실각할 수도
17일 실시될 국민투표를 앞두고 연방 및 각 공화국간의 대립과 각정파의 갈등으로 소련은 지난 1917년 볼셰비키혁명 이래 최대의 정치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에는 총 2억여 명의 유권자들이 각 공화국별로 연방존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찬반투표를 하도록 되어 있으나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그루지야 몰다비아 아르메니아 등 6개 공화국이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우즈베크 키르기스 등 4개 공화국은 독자적 질문까지 함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론 투표를 거부하고 있는 6개 공화국이 인구면에서 볼 때 소수이기 때문에 투표율에는 크게 영향을 미칠 수는 없으나 이번 투표에서 연방존속안이 가결된다 하더라도 이를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하고 있어 연방과 각 공화국,공화국과 공화국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소련 정치의 양대지도자인 고르바초프 대통령,옐친 러시아공 최고회의의장간의 반목과 정쟁 역시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권력투쟁의 기운마저 감돌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국민투표 이틀 전인 15일 하오 9시(현지시간) 소련 국영TV의 저녁 프로그램인 「브렘야」에 이례적으로 출연,국민들이 연방제를 지지하는 몰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다.
옐친 의장도 소련 국영TV 연설이 봉쇄되자 러시아공의 신설방송인 라디오 러시아를 통해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연방지도부가 정책노선을 수정할 수 있는 신호가 된다』며 『찬성표는 소련 연방의 제국주의적이고 획일적 본질을 연속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양지도자간의 「다」(예)와 「니예트」(아니오)를 분명히 드러내 보인 전례는 없었으며 상호 비방까지 하고 있어 앞으로 소련 정치판도 변화에 대한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옐친은 이번 국민투표에서 러시아공 자체적으로 「공화국대통령제」 도입을 묻는 질문까지 하고 있어 이 질문이 압도적 지지를 받을 경우 크렘린지도부에 도전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하고 법적인 힘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국민투표에서 고르바초프가, 투표율 50%,찬성률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 승리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나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키예프 등 정치적 민도가 높은 주요 도시에서는 패배가 예상되고 있어 결국 「상처뿐인 승리」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이번 국민투표를 계기로 최대현안인 민족문제를 「합법적 정당성」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나 발트3국 등 일부 공화국서는 혹히 있을지도 모를 무력사용을 우려하고 있다.
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도 고르바초프에게 각 공화국 독립움지임에 무력행사를 자제해 줄 것을 희망했으나 크렘린의 현지도부가 보수강경파 일색인만큼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확고하게 굳히기 위해서라도 물리적 힘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반대로 이번 국민투표에서 투표율이 50% 미만이거나 반대표가 많이 나올 경우 고르바초프의 실각까지 가정할 수 있어 군부 및 KGB의 쿠데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점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극단적 가정을 배제하고라도 우선 국민투표 이후의 소련정국은 「신보수파」의 자리굳히기에 맞서 보다 조직화된 급진세력들의 도전이 가열될 전망이며 러시아공 등 각 공화국들이 연방과는 다른 독자의 노선을 추구할 것만은 분명하다.
고르바초프가 이 같은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면서 제2의 페레스트로이카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지는 예측키 어려운 심정이며 정치불안정과 경제난국이 맞물려 소련정치가 상당기간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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