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자제 속 역공시기 모색/월계수회 “차차기서 차기로” 세확장 총력/신 정치그룹선 YS·박 대결 자충수 노려민자당의 김영삼 대표가 지난 14일 후계구도 가시화를 위한 조기임시 전당대회 소집요구 의사를 시사함으로써 여권의 차기대권 후보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정가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김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이미 당내에서 예상돼 온 것이지만 오는 6월의 광역의회선거 후 차기대권 문제를 둘러싼 각 계파간의 갈등 및 파워게임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따라 결전을 앞두고 김 대표의 민주계는 물론 반YS 진영의 암중모색이 한창이다.
○…민정·공화계측은 김 대표의 발언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과 함께 그 진의탐색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민정계측은 최근 민주계의 중진 및 소장파 의원들이 조기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김 대표의 확고한 위상이 오는 7월까지 보장되지 않으면 탈당 등 「중대결단」이 불가피하다는 배수진을 쳐왔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발언이 자신의 「위상보장」과 민주계 무마라는 양수겸장의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정계 및 여권 핵심부는 차기후계 구도를 확정짓는 시기를 14대 총선 이후 정기전당대회(92년 5월)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정·공화계측은 김 대표의 조기전당대회 소집요구 시사에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다양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김종필 최고위원은 『당헌·당규규정에 따라 하면 된다』고 전제한 뒤 『조기전당대회소집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당을 뛰쳐 나가겠다는 것이냐』면서 『청와대 분위기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윤환 사무총장도 『전당대회문제는 시기와 방법에 대해 당 전체가 수긍해야 한다』며 사전공감대 형성을 제시했다.
민정·공화계가 이처럼 YS의 발언에 원칙론만 표명한 채 「행동」으로 반격하지 않는 것은 민주계측과 정면대결을 벌일 경우 YS측의 입지만 강화해 줄 뿐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이와 함께 민정계는 기초의회선거 후 노태우 대통령의 통치권이 강화될 수 있고 특히 후계구도문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따라서 YS와 민주계측의 발빠른 행보가 레임덕 현상을 초래할 우려가 적지 않다고 보고 적절한 시기에 적극 대응하는 방안도 여러 그룹에서 검토하고 있다.
○…민정계 내부를 보면 박철언 장관 주도의 월계수회 그룹과 이종찬 의원 중심의 신정치그룹,이춘구·이한동 의원 등 비주류그룹,박태준 최고위원을 비롯 소장파의원 등의 중도관망파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YS측의 공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그룹은 박철언 장관측과 이종찬 의원의 신정치그룹. 이를 뒤집어 말하면 이종찬·박철언 의원이 차기대권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민정계내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은 최근 들어 당내 세력확산과 조직 배가작업에 나서고 있는 박철언 장관 진영.
박 장관 캠프는 종전과는 달리 조직·홍보전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그가 그 동안 표명해 왔던 「차차기 대권전략」에서 「포스트 노」를 겨냥하는 「차기대권」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를 입증한 듯 박 장관 진영은 조기전당대회 소집요구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14대 총선 이후를 「결전의 시기」로 잡고 자신의 복안을 관철하겠다는 속셈이라는 풀이이다.
박 장관측은 14대 총선 전에 자유경선을 통해 전당대회를 실시하면 YS나 이종찬 의원이 유리하나 14대총선 후 김영삼 대표와 맞대결을 한다면 승산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14대 총선에서 박 장관측이 직간접적인 공천권 영향력을 행사,자파인사를 대거 「투입」하면 당내 최대의 세를 구축할 수 있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장관측은 14대 총선까지는 민주계측의 이탈과 몰락을 겨냥한 대권전략을 구사하고 김 대표측의 입지와 대응추이를 주시하면서 특정정파와 권력구조 변화도 시도하겠다는 양면전략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박 장관측은 민정계 의원들을 상당수 자파세력으로 형성키 위해 월계수회와는 별도로 대지회를 새로 구성하는 등 현재 40여 명의 원내인사와 20여 명의 원외지구당 위원장을 영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계수회(회장 이재광 의원)에는 강재섭·나창주·박승재·김정길·이긍규·김인영·임무웅·이덕호·권달수·전용원·양경자·김진영·이상회·신영순 의원 등이 포진해 있고 대지회는 최운지(회장) 조영장(총무) 이정무·박우병·안영기·이상득·황윤기·장영철·박진구·고세진·김길홍·김종기·황성균·박지원·이영문 의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도 정동성·강성모·정동윤·김한규·조남욱·안찬희·김일윤·김동인 의원 등이 박 장관 진영과 직간접 교류를 갖고 있는 친 월계수 인사들이다.
박 장관 캠프는 당내 최대계파 구축이라는 목표와 함께 기존의 월계수회(3만명 주장) 외에도 미래민족문제연구연합회(4만명 주장) 지부를 시·군·구별로 결성했는가 하면 생체협조직도 관리하는 등 전국적인 방대한 조직확산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마포지역에 사무실을 개설,조직관리 및 박 장관의 이미지개발 등 홍보작업까지 하고 있다.
○…이종찬·이자헌·심명보·오유방·이치호 의원 등 신정치그룹은 광역의회선거가 끝날 때까지 YS 및 민주계측에 일체 대응을 하지 않고 「선관망 후대응」의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자제선거가 끝나면 3김 퇴진 등 세대교체붐이 조성될 수 있다고 보고 정국상황 및 여론향배를 보아가며 6월 이후 새로운 정치풍토 조성 등 「신정치선언」으로 당내 분위기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신정치그룹은 현재 여권의 권력투쟁 양상이 YS와 신주류의 핵심인물인 박 장관으로 압축되고 있어 이에 합류할 경우 자칫 세하락으로 비칠 것을 우려,「전면전」 직전까지 가담하지 않겠다는 것.
한 중진의원이 YS와 박 장관과의 맞대결에 대해 『그들의 대권도전 싸움은 토너먼트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듯이 당내에 엄존하고 있는 반YS·반박철언 기류를 감안,이들의 자충수를 반사이익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 같다.
이춘구·이한동 의원 등 비주류그룹도 일단 관망자세이나 자유경선을 통한 양김구도 청산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민정계가 이처럼 사분오열돼 있기 때문에 YS의 민주계측이 강공드라이브를 시도할 경우 한 목소리로 정면대응을 할지는 미지수이다.<조명구 기자>조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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