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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여행」 그친 양궤도 중동외교/베이커 미 국무 순방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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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여행」 그친 양궤도 중동외교/베이커 미 국무 순방 결산

입력
1991.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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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문제등 진전없어/전후 처리책도 손 못대/미 평화안 변화여부만 관심초점 부각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이 1주일간에 걸쳐 중동 순방외교를 마친 후 소련을 경유,워싱턴으로 돌아온다.

베이커 장관은 테러지원국의 하나로 오랫동안 미국의 비난을 받아온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을 만나 중동 평화유지 및 레바론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인질석방 문제 등을 토의하고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다』고 말했다.

베이커 장관은 이스라엘 방문 중 10명의 팔레스타인 대표들을 만나 그가 주장해 온 양궤도 평화노력의 하나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화해를 모색했다.

베이커 국무장관은 중동외교 출발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중동여행은 중동 각국의 지역평화안이 어떤 것인지를 들어보는 「탐색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때문에 그의 이번 방문이 어떤 확실한 중동평화해결책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없었다. 다만 닉슨 행정부 이래 끝없는 노력을 해온 미국의 중동평화 중재안이 부시 행정부에서는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 될 따름이었다.

베이커 장관은 그의 중동정책이 양궤도정책(two track po­licy)임을 수차에 걸쳐 밝힌 바 있었다.

이스라엘과 아랍과의 화해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화해라는 두 갈래 난제를 동시에 풀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그의 중동 순방은 사실상 세 갈래 외교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스라엘­아랍간 평화를 모색하는 외에 아랍국내의 침략자를 아랍국들이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새 과제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의 중동순방 외교는 퍽 흐릿하고 도무지 초점이 잡히지 않은 면이 많았던 것이다.

예를 들면 전쟁배상 전범처리 재침략방지안 등의 협의이다.

그러나 베이커는 걸프전 전후처리 문제를 거의 다루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문제를 다룰 직접 상대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당연히 전쟁 도발자인 사담·후세인 또는 그를 대변할 책임자가 있어야 하는데 후세인은 비록 전쟁에 패퇴했지만 여전히 이라크의 독재자로 남아 있고 미국은 아직도 이라크인들에 대한 후세인 축출을 바라고 있어 도무지 교섭통로가 열릴 수 없게 돼 있는 것이다.

베이커 장관은 이번 여행중 걸프전쟁중 사담·후세인을 지지했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0) 의장 야세르·아라파트와 요르단 국왕 후세인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베이커 장관이 아라파트를 대신해 10명의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만났지만 이들은 PLO를 무시하고는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8개국 아랍외무장관들도 후세인 요르단 국왕을 무시한 결정에는 쉽게 동의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은 닉슨 행정부와 카터 행정 부시 대를 통해 중동평화안을 수없이 낸 바 있다.

1980년의 캠프데이비드협정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이 협정에서 미국,이집트,이스라엘은 ①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인에게 넘겨주고 25개 항목에 한해 자치를 허용한다. ②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의 군사통치를 종식한다. ③팔레스타인은 자유선거에 의해 지도자를 선출한다. ④자치행정의 단계를 거쳐 「최종지위」를 협의한다 등의 4개항에 합의한 후 당시 카터 대통령은 『이제 중동에 진정 평화가 왔다』며 평생 못 마시던 축배까지 들었던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영속적인 중동평화」를 거듭 말하고 있지만 아직 어떤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번 베이커 국무장관의 순방외교에서도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중동평화를 위해 국제회의를 갖자는 베이커의 제의는 이집트측이 반대했으며 67년 점령한 점령지를 내주고 대신 평화를 사라는 제의는 이스라엘이 반대했다.

헨리·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세계역사는 지배 아니면 균형의 시대밖에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만일 중동에 미국지배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부시 행정부의 중동정책 전개는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완전몰락이 올 때까지를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이고,만일 중동을 여전히 세력균형지역으로 간주한다면 후세인 요르단 국왕,아라파트 PLO 의장은 물론 어떤 형식으로든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까지도 끌어들여 중동평화를 논의해야 할 판이다.

미국은 중동을 지배의 시대로 끌고 나갈 것인지,균형의 시대를 존속시키려 할지를 아직 명확히 결론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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