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방지·시간 때우기에 급급/부모가 공개요구해도 부담될까 거절/공조체제 부실… 타서선 상황조차 몰라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실시되는 유괴사건수사가 비공개의 맹점을 업고 여전히 안이한 수사에 그치고 있다. 유괴된 어린이의 안전귀환과 범인검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경찰이 비공개수사의 경우 언론 등의 직접적 감시기능이 약해지는 것을 악용,사건확대 방지와 시간 때우기에 급급한 형식적 수사를 해왔음이 또 드러났다.
이번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이형호군(9) 유괴살해사건의 경우도 담당 강남경찰서는 지난 1월29일 사건발생 이후 한 달이 넘도록 2개반 17명만으로 초보적 탐문·미행수사를 계속하다 이군의 사체가 발견된 13일에야 서울시경과 인근 송파서 등의 지원을 받아 50여 명으로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경찰은 또 지난달 1∼19일 3차례 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잠복조가 한눈을 파는 등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 같은 사실을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특히 이군의 아버지 이우실씨(35)가 지난달 24일부터 3차례 『차라리 공개수사를 해 시민제보에 기대하자』고 제의했으나 공개 후의 부담을 우려,모두 거절했다. 공조수사체제 역시 부실해 서울시내 각 경찰서는 사건개요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히 『유괴사건이 발생했으니 검문검색을 강화하라』는 지시만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지난 14일에야 범인의 몽타주가 든 수배전단을 만들기 시작,15일 하오 늦게야 서울시내 각 경찰서 파출소에 겨우 배포했다.
이 밖에 사건 초기부터 지원을 나갔던 시경 특수기동대 직원 10명은 강남경찰서가 공을 뺏기지 않으려고 정보를 독점하는 바람에 수사상황도 모르는 채 잠복근무만 하는 데 불만을 표시하며 원대복귀를 희망해 5일씩 교대지원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 12일 검거된 유괴범 양복선씨(25·여)의 경우도 영등포경찰서는 양씨가 돈을 입금하라고 지정한 상업은행 영등포지점에 잠복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운좋게 은행 직원의 신고로 붙잡았었다. 또 지난해 7월 강동서에 붙잡힌 유치원 여야 유괴살해범 홍순영양(23)은 현장검증 도중 경찰이 감시를 소홀히하는 바람에 지하철에 투신해 부상하기도 했다.
87년말 발생했던 원혜준양(당시 5세) 유괴살해사건서는 경찰이 시민제보로 붙잡은 범인 함효식씨(25)를 경찰서로 이송하다가 놓쳐버리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지난해 3월 인천에서 지민군(6) 유괴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인천시경이 『범인이 중소기업은행 수원지점으로 돈을 찾으러 가니 형사를 보내 달라』고 수원경찰서에 요청했으나 15분 뒤에야 늑장출동해 범인을 놓치는 등 가장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유괴사건에서 경찰은 고질적인 부주의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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