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괴범 꼭 잡혀야”/울음바다 형호군 장례식(등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괴범 꼭 잡혀야”/울음바다 형호군 장례식(등대)

입력
1991.03.16 00:00
0 0

『우리 사회는 형호군의 구만리 같은 목숨을 앗아간 유괴범을 반드시 잡아야 하고 반인륜적인 제2의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15일 상오 11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방공사 강남병원 영안실에서는 유괴 44일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이형호군(9)의 장례식이 기독교식으로 20여 분 간 조촐히 치러졌다.

형호군의 형 향진군(11·구정국교 6)이 동생의 영정을 들고 소리내어 울면서 운구행렬의 앞에 서자 유가족 친적 교사 등 20여 명은 일제히 통곡했다.

형진군은 『어제 밤에도 형호와 전자오락을 하는 꿈을 꾸다 놀라 깨었다』며 『동생이 이제라도 「형」하고 부르며 나타날 것 같다』고 흐느꼈다.

지난 학기 형호군의 담임이었던 이옥희 교사(47·여·현 명일국교)는 『형호는 결손가정에서 자라면서도 구김살 없는 활달한 모범생이었다』면서 『어린 목숨을 담보로 돈을 요구하는 병든 세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영구차에 실린 유해는 서울을 가로질러 이날 낮 12시20분께 경기 고양군 벽제화장터에 도착,한 줌의 재로 변했다.

이 시간 이군이 뛰어놀던 구정국교의 4학년6반 급우들은 주인이 앉아 보지도 못한 책상 위에 흰국화 바구니를 올려놓고 형호군의 명복을 빌고 있었다.

친구들은 새학기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던 형호가 끝내 참혹한 죽음을 당한 것이 놀랍고 무섭기만 한 표정으로 눈물을 떨구었다.

이군의 아버지 이우실씨(35)는 44일간에 걸친 범인과의 사투에 지쳐 넋나간 모습으로 『아비 노릇을 제대로 못해 형호를 가게 했다』고 울부짖으면서 『형호가 숨질 때까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져내린다』고 말했다.

형호군 유괴살해사건은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느냐」는 슬픈 명제를 우리 사회에 또 던져 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TV뉴스 시간에 흘러나오는 소름끼치는 협박을 들어야 하는가.<한덕동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