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진국 틈새 「기술·가격 고전」/기업 재테크악습 버려야 성과정부가 14일 발표한 제조업경쟁력강화대책은 우리 경제구조를 다시 제조업 중심으로 돌리기 위한 중장기 청사진인 셈이다.
지난 80년대 후반의 반짝 경기에 심취되어 신기술개발과 설비투자 확대 등을 소홀히 해왔던 우리 경제는 불과 2∼3년을 못 버티고 휘청거리고 이다.
기술수준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상품가격은 후발개도국보다 비싸져 국제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설땅은 계속 좁아지고 있다.
국내 총 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88년의 32.5%에서 89년 31.2%,90년에는 30.8%로 떨어지고 있다.
이같이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지난 3년여 동안 임금이 두 배 이상 올랐으나 근로자들의 근로의욕과 작업능률은 오히려 감퇴됐고 자금과 인력의 흐름이 건설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분야에 치중됨으로써 제조업 부문의 상대적 어려움이 가중되었기 때문이다.
인력난과 고임금을 기술개발로 극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으나 워낙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정부에서도 선뜻 손을 대지 못했으나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접어들고 말리라는 현실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이번 대책이 마련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기본방향을 민간기업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공통적 애로기술의 개발,기술인력의 양성,사회간접자본 투자 및 산업입지공급의 확대에 주력하며 직접적인 재정금융상의 지원은 중소기업에 중점을 두고 대기업에 대해서는 자율적인 노력으로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이 추진되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실천계획이 목표한 대로 효과를 나타낼지는 미지수다.
사실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란 말처럼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대책에 포함된 대로 기술 인력 자금 공장용지 사회간접자본 등 각 분야에서의 개혁작업이 총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수행되어야만이 비로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대책은 즉각 효과가 발휘되는 응급요법이 아니라 산업전반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보약과 같은 것이어서 시행과정에서 한 두 분야만의 추진에 그치고 만다면 오히려 현재의 왜곡된 경제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 우려가 크다.
이미 여신관리제도의 개편이나 공장입지 공급확대 각종 기술개발 지원 등은 결국 대기업들에 대한 혜택만 더욱 크게 해주는 결과가 되리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은 것을 감안할 때 정부부처간의 긴밀한 협조와 일관된 정책추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대책마련과정에서도 일부 부처간의 의견대립으로 상당부분의 세부사항이 미결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과연 정부의 일관된 정책실천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대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인들 스스로의 의식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동안 제조업이 공동화 위기에까지 이르게 된 데는 기업인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 기술개발투자는 뒷전으로 돌리고 재테크에만 열을 올린 결과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최근 임금인상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되었다지만 우리보다 몇 배씩 임금이 비싼 경쟁국들은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금도 정부가 제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여신관리를 완화해주고 공장부지를 늘려줘봤자 그 돈으로 기술투자를 하기보다는 부동산투기나 소비재수입을 통해 쉽게 돈을 벌려는 기업들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감시기능이 철저히 수행되지 않는다면 이번 대책의 실패는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 될 것이다.
대책에 포함된 각종 경쟁력강화 지원조치들이 일관성 있게 추진됨과 함께 그 계획의 집행과정 및 업계의 수용자세를 철저히 점검,개별기업에까지 정책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그 동안 국내유수의 재벌기업 가운데 정치적인 이유 등을 제외하고 단순히 경영부실 때문에 도산한 기업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하면 재벌기업에 대한 정부의 무조건적인 비호정책이 오늘 같은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시책에서 아쉬운 것은 근로자들의 근로의욕 고취를 위한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이다.
경제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 경제가 흔들리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가 근로자의 근로의욕 저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보완대책이 없다면 결국 구시대적인 기업위주의 성장우선정책의 답습으로 귀결될 것이며 이는 엄청나게 변화해 버린 오늘날의 사회현실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박영철 기자>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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