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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위상 찾는 첫 삽질/“명실상부 민주전당 돼야”(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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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위상 찾는 첫 삽질/“명실상부 민주전당 돼야”(등대)

입력
199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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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상오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제동 83 창덕여고 터에서는 헌법재판소 청사 신축기공식이 열렸다. 참석한 9명의 헌법재판관과 1백여 명의 직원들은 한결같이 밝고 흐뭇한 표정이었다.88년 9월 발족 이후 서울 중구 을지로6가 서울사대부고 자리에서 서울시의 「셋방살이」를 해온 헌법재판소가 92년 완공예정으로 지상 5층·지하 1층의 「내 집」을 세우는 첫 삽을 뜬 것이다.

조규광 헌법재판소장은 이날 『헌법 최고기관의 기능과 위상에 걸맞는 독자적인 영구청사를 갖는 것이 우리들의 숙원이었다』며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종합병원으로서 인술을 베푼 광혜원과 명문 여성교육기관이 있었던 유서깊은 자리에 청사를 짓게 돼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설계심의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건물은 한 시대의 사상을 담는 그릇』이라며 『이 청사가 국민들의 헌법수호 의지를 담아 후대까지 민주주의의 전당으로 길이 남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2년 남짓한 기간에 1천여 건의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사건을 접수,27건의 위헌결정을 내리는 등 7백여 건을 처리함으로써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억제하고 국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신문고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헌법수호 최고기관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헌법상 3부 요인과 동등한 지위에 있는 헌법재판소장이 공관도 없고 국가공식행사에 참여조차 못하기 일쑤였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다른 국가기관에 의해 무시되는 일도 많았다.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위헌결정,법무사법 시행규칙에 대한 위헌결정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검찰·대법원과의 공방도 헌법재판소가 정당한 위상을 잡아가는 과정의 진통이었다.

이제 헌법재판소는 번듯한 청사를 마련케 됨으로써 대외적 위상을 한층 높이게 됐다. 국민들은 새 청사의 부지에 6백여 년의 수령을 자랑하며 서 있는 백송(천연기념물 8호)처럼 헌법재판소가 굳고 꼿꼿하기를 바라고 있다.<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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