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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매량·가격 경제논리서 결정/추곡수매제 변경 왜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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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매량·가격 경제논리서 결정/추곡수매제 변경 왜나왔나

입력
199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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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동의과정 정치흥정 재정 압박/UR “보조금 지급” 오해불식 전략도/야당·농민들 반대 결과 주목정부와 민자당이 현재 국회동의를 받아 결정토록 돼 있는 추곡수매가격과 수매량을 앞으로는 정부단독으로 결정토록 할 방침이어서 추곡수매제도가 다시 바뀔 전망이 짙어졌다.

그러나 정부와 민자당의 이 같은 방침은 벌써부터 야당과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어 뜻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는 상태이다.

정부와 민자당은 지난 12일 열린 당정회의에서 현행 추곡수매제도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추곡수매제도의 근거인 양곡관리법을 개정,금년 수매분부터 정부가 수매량과 가격을 결정토록 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행 추곡수매제도는 「추곡수매에 농민들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81년부터 시행됐다. 당시에도 정부의 반대가 있었지만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현행제도가 굳어져 버린 것이다.

정부와 민자당이 현행 제도를 고치기로 한 것은 국회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수매량과 가격이 결정되고 있어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재정에도 압박을 주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추곡수매량과 수매가격은 그 해의 생산량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 경제적 요소로 결정해야 하는데 국회동의를 받도록 한 결과 이 같은 경제적 요소보다는 농민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가 우선적으로 반영되고 있으며 다른 정치현안을 타결하기 위한 흥정거리로 전락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행 수매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로 수매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추곡수매는 늦어도 추수가 끝나는 11월초부터는 시작되어야 하는데 국회동의가 지난해의 경우 12월 중순에야 이뤄져 한 차례 수매만 해도 될 것을 여러 차례 나누어 해야 했으며 이에 따라 농민들의 불편이 커졌을 뿐 아니라 목돈을 장만할 수 있었던 것이 푼돈만 쥐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또 현행 수매제도가 물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4,5월 단경기에나 오르기 시작하던 쌀값이 금년에는 연초부터 오르기 시작,물가에 압박을 주고 있는 것도 추곡수매제도가 국회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적정 추곡수매량을 7백50만 섬으로 책정했으나 국회동의 과정을 거치면서 8백50만섬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민간의 쌀재고(수매잔량)가 적정수준에 못미쳐 최근 들어 쌀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 민간의 쌀 재고량은 3천2백만∼3천3백만섬은 되어야 이듬해 쌀값이 안정세를 유지하게 되는데 3천9백83만섬이 생산된 지난해 8백50만섬을 수매,수매잔량이 3천1백만섬 수준으로 떨어져 산지 쌀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또 국회동의 과정에서 수매량이 늘어나면서 정부재정에 큰 압박이 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추곡을 1백만섬 더 수매하게 되면 수매비용은 2천억원이 더 필요하게 돼 그만큼 다른 부문에 투자를 못 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농민들 입장에서야 추곡을 더 많이 수매하게 되면 당장에는 소득이 높아지겠지만 한정된 농업투자재원에서 소득보상적인 수매비용이 늘어날 경우 생산기반시설확충이나 농업구조 조정사업 등에 투입할 예산은 줄어들어 농민들이 구조적으로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기회는 갈수록 멀어진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이다.

정부와 민자당이 추곡수매제도를 고치기로 한 또 다른 이유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UR의 가장 큰 쟁점의 하나가 보조금 감축문제인 점을 감안한다면 국회동의를 거쳐 가격을 결정토록 하고 있는 현행 추곡수매제도는 우리 정부가 농산물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최소한 국회동의 절차는 생략하는 것이 UR협상에 대비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민자당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추곡수매제도를 금년 정기국회에서 개정,금년 수매분부터 적용할 방침이지만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수매가격을 동결하고 수매량도 감축하겠다는 저의』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일부 농민단체들도 『정부가 단독으로 수매량과 가격을 결정할 경우 농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없다』며 반대를 분명히하고 있다.

농민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추곡수매 국회동의 절차를 폐지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음을 알려주는 증거들이다.<정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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