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선거에 뛰어들지 말라는 여론의 요구를 이제서야 깨달은 듯 여야 각 정당은 뒤늦게나마 슬슬 뒤걸음질을 하고 있다. 평민 민주 등 야당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개최하려던 대규모 옥외군중집회를 취소했고 민자당은 당원단합대회나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원 등록 등 합법적인 활동도 일절 삼가기로 했다는 것이다.뒤늦은 감이 있지만 그 정도로 반성하고 나왔다는 것만 해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기존정당이 기초의회선거에서 깨끗이 손을 씻고 돌아섰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이번 선거에 정당이 개입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야당의 경우 평민당은 수서비리규탄대회를 옥내에서 하는 당원단합대회로 대체키로 했고 민주당은 지구당 창당대회로 바꾸기로 했다는 계획변경이 못마땅하게 들린다. 합법적이고 일상적인 정당활동이라는 점은 인정하나 스스로 풀뿌리민주주의 축제라고 하는 기초의회선거가 진행중인 마당에 딴전을 피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여당인 민자당의 경우 역시 지역구에 내려가 있는 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들을 모두 철수시키기 전에는 친여 후보에 대한 자금과 조직의 지원의혹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여야정당이 중앙당은 물론 시도지부 및 지구당에 설치한 지자제선거대책기구 역시 미심쩍은 대목이다. 선거에 개입할 것도 아닌데 무슨 대책이나 기구가 필요하단 말인가. 나중에 정당위주로 실시되는 광역의회선거 때 다시 가동하더라도 지금은 간판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여야가 합의해서 구성키로 했다는 공명선거협의회라는 것도 역시 신경이 쓰인다. 기존정당들이 이런 기구를 통해 이번 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저의가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기구의 실효성은 별개 문제로 제쳐둔다 하더라도 「공명선거」를 추진한다는 명목 아래 여야가 당리당략을 도모하는 기구로 이용할 우려가 있다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것이다.
기존정당은 그냥 가만히 있어 주는 게 이번 선거를 잘 치르게 도와주는 길이다. 심심하면 국회로 들어가면 될 것이다. 야당의 요구에 따라 임시국회가 열려 있기 때문에 장외에서 딴짓하지 말고 장내로 들어가면 된다. 여야는 국회로 들어가 수서의혹도 따지고 허점이 많은 지자제선거법도 한 번 살펴보고 추곡가의 국회동의 문제도 추궁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국회로 들어가라는 것은 꼭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가 아니라 오염을 막기 위해 기성정치권을 이번 선거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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