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망이 불투명한 불확실성의 시대에,10개년 장기계획은 실행계획으로서는 별반 의미가 없다. 굳이 의의를 찾자면 막연하나마 현실성보다는 꿈이 담긴 지표를 그려보았다는 데 있다 하겠다. 건설부가 국토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하여 마련한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시안」(92년∼2001년)도 이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부는 이 시안을 토대로 정책토론회,공청회,관계부처회의를 통해 각계 전문가와 기관의 의견을 수렴,오는 11월께나 최종 확정하게 된다. 국토개발원의 시안은 글자 그대로 시안 중의 시안이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추론되는 최적의 가상조건 아래서 이상향을 심어놓은 것이다.우선 경제성장을 연평균 7%의 고도성장을 지속한다는 가정 아래 2천1년의 우리나라 1인당 GNP가 1만6천8백70달러(89년 약 5천달러)가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성장규모는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성장 추세로 봐 무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토개발의 기본전략 구도와 각종 계획치들은 이상과 의욕에 치우쳐 있다. 계획 그것도 10개년 장기계획의 한계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시안은 수도권의 인구억제를 지속하고 그 방안의 일환으로 상대적으로 개발이 낙후돼온 중서부지역(대전권,청주권)과 서남부지역(광주권,전주권)을 2천년대를 향한 「신산업지대」로 육성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방대도시를 특별기능을 갖도록 유도,▲부산은 국제금융 및 국제무역 ▲대구는 업무중추기능과 패션산업 ▲광주는 첨단산업 및 문화예술기능 ▲대전은 행정기능과 첨단연구기능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70년대 이후 국토개발계획이 논의될 때마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인 명제에 따라 수도권 인구억제,호남,충남북 개발은 항상 표면에 부상했던 이슈였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바람직한 것이다.
장기계획의 정책적 가이드라인(지침)으로서는 합리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국토개발계획의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도로,항만,철도 등 사회간접자본과 주택 등에서는 현실적인 가능성보다는 소망을 제시한 것 같다. 계획기간중 전국에 25개 노선 2천1백㎞의 고속도로를 신설하고,국도 7천1백㎞를 확장하며 중부,호남,영동축을 기본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해 고속전철망의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뿐이 아니다. 주택 5백38만호를 건설,주택보급률을 전국 기준으로 76.6%(92년)에서 92%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재원이다. 국토개발연구원은 주택,상·하수도,교통 등의 주요부분에 소요되는 자금을 85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2백62조원으로 추정했다. 연간 26조원,즉 올해 예산(일반 회계)에 상당하는 돈이 든다는 것이다. 이번 시안은 재원조달방법은 고려하지 않은 물리적인 계획이다. 재원이 없는 계획은 도상계획에 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심지어 일부에서는 선거용이라는 비난도 있다. 부동산 투기에 악용될 우려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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