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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인플레(사설)

입력
199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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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정치는 대의정치이며 그에 따르는 각종 선거의 비용을 부담하게 돼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민주주의는 이 비용을 극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여러 선거를 한데 묶어 실시한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선거의 해에는 같은날에 시,읍,군,주 등 각급지방 자치단체의 장 및 의회와 상하 양원 및 대통령선거를 한다. 그뿐이랴. 지방자치단체의 판·검사와 교육감선거와 국민발의안에 대한 가·부의 투표도 동시에 한다. 한 투표용지에 가·부를 표기해야 할 항목이 20∼30여 개가 된다. 우리나라는 30년 만에 처음 실시하는 이번 지자제선거를 동시실시를 지지하는 국민 대다수의 여망에도 불구하고 기초·광역의회의원,단체장선거 등 3회로 분리실시키로 했다.올해의 경우도 3월26일 기초의회선거를 갖고 3개월 뒤 광역의회 선거를 예정하고 있어 상반기 중에만도 선거를 2번 치른다. 올해 지자제 선거에 이어 명년상반기에는 단체장선거와 국회의원선거를,그리고 92년 12월과 93년 1월 사이에는 대권이 걸려 있는 대통령선거를 치르게 돼 있다. 선거의 고속릴레이를 하게 돼 있다. 문제는 금품·타락으로 물든 「더러운 선거」가 표준화된 우리의 선거풍토에서 이렇게 많은 대소선거를 치러도 경제가 온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선거 인플레다. 지금까지 선거 때에는 돈이 마구 풀려 다녔다. 거의 모두가 경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먹고 마시는 데 쓰는 소모성 경비다. 개중에는 특히 대통령선거 때에는 예정된 정부공사의 조기발주,영농융자금의 회수연기,지역사업의 위장착수 등 돈의 일시적 소나기식 집중방출 현상이 있어왔다.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는 제13대 대통령선거. 선거일인 87년 12월16일을 앞두고 한 달 동안에 무려 3조원이 풀려 나갔다. 이 해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1%,86년의 1.4%와 현격한 차이를 보여줬다. 정부는 이번 기초의회선거에 인플레를 우려,은행의 돈줄을 바짝 조이기로 했다. 근본적인 치유책을 쓰지 못한 정부가 지엽적인 대증요법을 들고 나오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 시·군·구 기초의회선거는 모두 4천3백4명의 의원을 뽑게 되는 데 전국적으로 1만5천명의 후보가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선거자금 한도액은 1천5백만원이다. 그러나 다른 선거에서나 마찬가지로 이 선이 지켜질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일반적 관례로 잡아 후보 1인당 5천만원을 쓴다 해도 선거자금으로 앞으로 남은 20여 일 사이에 약 7천5백억원이 풀리는 셈이다. 정영의 재무,김건 한은 총재 등은 금융기간 대출금이 선거자금으로 흘러가지 않게 관리를 철저히 하고 또한 선거자금을 과다하게 지출하는 후보에 대해서 국세청에 자금출처를 조사토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측은 1.4분기 총통화증가율을 당초 계획대로 19%로 유지하기 위해 총 통화평균잔액 기준으로 2월대비 3천억원을 축소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2월말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다. 경제가 정치의 제물이 돼서는 안 되겠다. 후보자,유권자 모두 깨끗한 선거에 기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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