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선거일이 공고된 8일 대부분의 사람은 지자제가 왜,누구를 위해 필요하고,실시되는 것인가라는 초보적 의문을 새삼 떠올렸던 것 같다. 지난해 지자제 관계법이 매듭되자 지자제 찬미가를 목청 높여 제창하던 여야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민주화 대장정의 대단원이자 민권승리의 산증거』(야) 『6·29선언의 완성수준이자 대통령의 공약실천의지 구현』(여)이라는 것이 아직 먹물 마르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그들의 말이다.
정당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당시나 최근까지 국민들은 지자제가 민주정치의 완성이고 지방정치시대의 개막이 붕당적 우리 정치문화를 탈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교과서적」 믿음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권은 이런 기대를 뿌리째 허물었고 또 한 번의 「환상」을 가졌던 사람들은 심한 허탈감에 빠지고 있다. 여야가 5월 동시선거로 윤곽을 잡아나가는 듯하던 일정을 여권이 수서사건의 와중에서 돌연 3월말 분리선거 강행으로 바꿔 어리둥절케 하더니 이젠 여야 다툼에다 선관위까지 유권해석으로 끼여들어 치고박고 야단들이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공명선거를 입버릇처럼 외치고 있으니 어느 쪽이 「흰고양이」이고 어느 쪽이 「검은고양이」인지를 아예 판단하기 싫은 사고의 혼돈상태가 생기는 게 무리가 아니다. 선거일은 공고됐지만 국민 앞에 던져진 것은 지자제가 아니라 「정당공천 억제와 정당활동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수서규탄 전국집회는 선거법에 위배되는가 아닌가」라는 엉뚱한 숙제들뿐이다.
내 고장에서 누가 일꾼을 자처하고 나섰으며 어떤 기준에 의해 표를 던질 것인가라는 문제에 앞서 유권자들은 정치권이 포기한 숙제풀이를 대신 떠맡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국민들의 학습능력을 뒤쫓아 가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난 이상 국민들도 이제 떠넘겨진 숙제를 기꺼이 풀어주겠다는 「칼날」을 갈고 있는 인상이다. 열전레이스 18일의 출발선에 서 있는 후보군을 보면서 유권자들은 다음과 같은 명쾌한 결론을 내릴 법도 하다.
『수서사건 축소를 노렸든,유리한 대권 고지점령을 의도했든,선거법이 잘못됐든,기타 정당의 속셈이 어떠하든 모두 내 한 표에 녹여 지자제의 참뜻을 지킬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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