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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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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저주를 받은 현대의 역병이라고 하는 AIDS가 1981년 처음 발견된 이래 세계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자 AIDS를 소재로 하여 영화,TV미니시리즈,다큐멘터리 등 수많은 영상 작품이 외국서 제작되었고 그 중 몇 편은 국내에도 소개되었다. ◆한창 나이의 젊은이들이 목을 죄듯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와 대결하는 처절한 모습을 그린 AIDS 관계작품은 거의 예외없이 감염자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DS에 있어서 사랑의 문제가 특히 부각되는 것은 감염자나 환자의 대부분이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인데다가 수혈,모태감염 등 극히 적은 예외를 빼고는 성 접촉이 병균의 감염 경로이기 때문이다. ◆AIDS와 사랑에 관하여는 작품마다 뉘앙스를 달리하며 갖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AIDS와 사랑의 문제는 한낱 작품 속의 테마가 아니라 현실로써 등장했다. 남자의 감염사실을 모르고 결혼하여 출산까지 한 주부가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되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고 2명의 감염자가 결혼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AIDS 감염자가 사실을 밝히지 않고 결혼하려 할 때 보건당국이 그 배우자에게 사실을 통보할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는 사회의 공익과 개인의 인권이 관련된 미묘한 문제다. AIDS의 예방이라는 사회공익을 고려하면 사실을 알려야 마땅하나 개인의 비밀공표와 사생활의 침해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현재 나타난 3명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확인된 AIDS감염자 1백35명 중 1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출국하여 현재 1백22명(남 1백6명,여 16명)이 국내에서 특별관리를 받고 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65명(남 57명,여 8명)이 미혼이고 기혼자 57명 중에는 부부감염이 두 쌍이다. 앞으로 더 늘어날 미혼의 AIDS 감염자들이 스스로 결혼을 단념하지 않는 한 AIDS 감염자의 결혼문제는 계속 제기되어 사회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깊이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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