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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 남긴채 “법적 사망”/김형욱씨 실종선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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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 남긴채 “법적 사망”/김형욱씨 실종선고의 의미

입력
199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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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상속길 트였으나 이미 재산몰수/헌법소원 계류중… 진상규명 노력도 주목유신 말기인 79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됐던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씨에 대해 7일 법원이 실종선고를 함으로써 김씨는 법적으로 사망자가 됐다.

이에 따라 김씨는 실종된 지 5년이 지난 84년 10월7일 사망한 것으로 간주돼 혼인관계가 소멸되고 상속절차가 개시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김형욱 미스터리」로 불려온 이 사건은 김씨가 권력의 핵으로서 막강한 힘을 과시해오다 무수한 의혹만 남긴 채 갑자기 실종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진상규명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5·16쿠데타의 주역인 육사 8기생으로 63년 7월부터 69년 10월까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씨는 박정희 대통령과 사이가 나빠져 73년 4월 미국으로 망명했었다.

미국 의회 등에서 「문세광사건」 「김대중 납치사건」 「인혁당사건」 등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계속하며 회고록을 집필했던 김씨는 79년 10월7일 파리의 한 카지노에서 실종됐다.

그후 80년 12월 일본에서 「권력과 음모」(부제·전 K CIA 부장 김형욱 수기)라는 김씨 회고록이 출간되자 82년 3월 검찰은 이 책의 내용이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고무·동조했다며 김씨를 반국가행위자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그 결과 김씨에게는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이 선고되고 서울 성북구 삼선동2가 203 대지 4백14평과 중구 신당동 432의1584 대지 5백36평 등 국내의 전 재산도 몰수당했다.

따라서 법원의 실종선고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 뉴저지주의 알파인시에 살고 있는 부인 신영순씨(60)와 장남 정한씨(37) 정우씨(35) 딸 신혜씨(31) 등이 상속받을 국내재산은 전혀 없는 셈이다. 또 미국에 있는 재산도 이미 80년초 현지법원에서 별도의 실종선고를 받았으므로 상속이나 재산 분배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없는 상태다.

김씨 가족들은 실종 11년 만인 지난해 5월16일 서울가정법원에 실종선고를 청구했었다. 실종선고는 어떤 사람이 계속적인 생사불명상태로 사망한 것이 거의 확실할 경우 법원이 사망한 것으로 간주,그 사람의 신분이나 재산관계 등을 확정하는 절차이다.

법원은 친족·친지들을 불러 3차례 심리한 뒤 사건을 종결하고 같은해 9월 관보 등에 실종선고를 위한 공시최고절차를 밟아 6개월이 지나자 실종선고를 했다.

신씨는 실종선고청구와 함께 재산몰수의 그거가 된 반국가행위자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신청과 이 사건에 대한 항소장,상소권회복청구서를 법원에 냈었다.

이 법은 김씨가 미국 의회에서 증언파문을 일으킨 직후인 77년말 박 대통령이 만든 것으로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람이 김씨 한 사람뿐인 데다 그 내용도 ▲궐석재판이 가능하고 ▲궐석재판의 경우 변호인도 출석할 수 없으며 ▲증거조사없이도 선고가 가능하게 돼 있는 등 오직 김씨를 처벌하기 위한 위헌적 법률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신씨는 위헌제청신청이 기각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 현재 심판계류중이다.

신씨는 이밖에 88년 11월 국회에 실종사건의 진상조사와 재산몰수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아무 성과가 없었다.<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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