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위(시·군·구) 지방의원 선거일이 오늘 공고되었다. 이제 문제는 우리가 이 선거를 공정·공명선거로 치를 수가 있고,과열된 정치바람을 배제시킬 수가 있으며,마땅하고 올바른 일꾼을 뽑을 수 있겠느냐로 초점이 좁혀졌다. 지자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겠느냐는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명색이 민주국가라고 하면서 우리가 선거 때마다 공명성을 얘기해야 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선거 때마다 탈법과 부정의 잔치를 벌이는 것이 바로 낙후된 한국민주주의의 수준인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이 이번 기초단위선거를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공정하게 치르겠다고 다짐한 데 이어 법무·내무 장관이 구체적으로 부정에 대한 엄벌방침을 밝혔다.지극히 당연한 말들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과거 선거 때마다 역대 정부가 이와 비슷한 엄포를 놓았고 결과는 흐지부지식으로 끝났음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 경우 사정장관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부정운동을 했을 때는 가차없이 의법조치하고 특히 금품살포 때는 수수자 모두 처벌할 뜻을 밝히고 있으니 일단 믿어보기로 하자.
우리가 다음으로 우려하는 것은 정치권의 과열분위기 조성이다. 기초의원선거에는 정당의 개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기초단위만이라도 정치바람으로부터 격리하여 주민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선거에 공공연하게 개입,뜨거운 정치바람을 일으켜 자당의 인기회복과 장차 대권장악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철저히 당리당략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방의원선거법은 많은 모순을 지니고 있다. 정당의 선거관여를 금지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다. 즉 선거기간에 정당은 단합대회라는 명목 아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뿐더러 당적을 가진 채 출마시킬 수 있으며 또 선전벽보·선거공보·인쇄물 등에 정당경력을 표기하고 국회의원과 정당원이 선거사무원이 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정도면 차라리 기초도 광역의회처럼 정당참여를 공식화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물론 중요한 지방선거에 정당이 팔짱을 끼고 무관심한 자세를 보일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모처럼 부활되고 또 정치성을 배제키로 한 기초단위 만큼은 적극 간여와 과열분위기 조성을 앞장서 자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지방선거를 대권획득의 기회로 이용한다면 그것은 지자제를 망치는 일이나 다름없다 하겠다.
다음으로 지자제의 성공은 올바른 인물을 뽑는 데 달려 있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최근 각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공명선거 운동과 함께 바른인물 뽑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음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특히 공명선거실천 기독교대책위원회가 「공명선거는 우리가 지키자」라는 구호 아래 금품수수 행위 등 10개항의 후보자 평가기준을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방자치의 주인이자 주체는 국민유권자다. 정치바람 등 외풍에 좌우되지 않고 부정운동을 배격,공명선거를 이룩하여 바른일꾼을 뽑는 책임은 바로 국민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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